
직장갑질119가 제작·배포한 ‘프리랜서 감별사 온라인 체크리스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73.7%가 ‘가짜 프리랜서’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의 형식만 프리랜서일 뿐 사용자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으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다름없이 일하는 비임금 노동자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프리랜서 감별사 온라인 체크리스트 응답 결과를 보면, 지난 7월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조사에 응한 811명 중 73.7%(598명)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확실’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불확실’ 비율은 6.9%에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7월 대법원이 제시한 근로자성 판단 중요 징표, 계약의 실질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한 최신 판례, 직장갑질119 상담 사례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확실’을 받으려면 10개 문항 15점 만점에 8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배점 2점인 중요 판단 징표 기준으로 최소 4개 이상에 해당해야 하는데, 참여자들이 받은 평균 점수는 15점 만점에 9.9점이었다.
체크리스트에서 제시한 중요 판단 징표는 업무 내용이 회사(사용자)에 의해 정해져 있거나, 회사가 제공하는 매뉴얼에 따라 일하는지, 회사로부터 업무 지시나 업무 보고 요청을 받거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적 및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는지,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지, 계약서에 명시된 업무 외에도 회사가 추가로 지시하는 다른 일을 수행하는지 등이다. 업무 시간·장소의 자유도가 낮고, 회사 방침에 따라 업무 수행 방식이 정해지고 지시도 상시로 받는다면 프리랜서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업종별로 보면 ‘방송·언론·출판’, ‘교육’, ‘예술·스포츠·여가’, ‘IT’ 순으로 참여율이 높았다. 직장갑질119에 가짜 프리랜서 상담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업종들로, 방송·언론·출판과 교육은 참여자가 130명 이상이었다. 교육 업종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확실’ 비율은 82.3%였다. 이 업종에서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현재 판례에 따를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노동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비임금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근로자 추정 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특수고용·프리랜서 등 비임금 노동자가 사용자와 근로자성을 다툴 경우 우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고 근로자가 아니라면 사용자가 이를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사업주에게 입증 책임을 전환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제도이지만, 근로자성 판단 기준 자체를 전향적으로 재설정하지 않는다면 사용자가 근로자성을 손쉽게 반증해버릴 수 있어 제도가 형식적이고 사용자 편향적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제시한 근로자 추정 검증 요건인 ‘ABC 테스트’에 준하는 방향으로 보완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