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A군 등 중학생 2명이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놀이터에서 대마를 흡입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들은 "누가 쫓아온다", "친구가 마약을 했다"고 외치며 놀이터를 뛰어다니다 경찰에 적발됐다. 주민 사이에서는 "서울 한복판에서 중학생들이 대마를 했다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1.3%가 직접 마약…첫 사용연령 평균 13.2세"
지난해 처음 실시된 청소년 대상 마약 실태조사에서 100명 중 1명이 A군처럼 마약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의 특성상 실제 사용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청소년 대상 심층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청소년 마약류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설계 및 시범조사'(2024)에 따르면 만 14~24세 전국 청소년과 초기 성인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시범 조사에서 불법마약류 사용 경험자는 남성 12명, 여성 11명 등 총 23명(1.3%)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참여한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처벌 우려로 답변을 솔직히 하지 않는 마약 관련 조사의 특성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국내 마약 범죄 평균 암수율(드러나지 않는 비율)이 28.57배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청소년 마약 사용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ADHD 치료제, 마약성 진통제 등 처방약물류의 경험 비율은 이보다 더 높았다. 이런 처방약물류를 처방받은 적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05명(11.2%)이었다. 이 가운데 75명은 처방약물을 '오용했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2023년 10대 마약 사범 증가에 따른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면서 처음 추진됐다. 기존 조사가 성인만을 대상으로 해 청소년 실태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불법마약류 사용자들이 처음 마약류를 사용한 연령은 평균 13.2세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14~16세(8명)가 가장 많았다. 처음 사용하게 된 이유는 '의사의 처방·질병 치료 목적'이 30.4%로 가장 많았고, 첫 사용 경로 역시 '약국 또는 병원'이 56.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인 인천 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10대 사이에서 ADHD약이나 다이어트 약을 오·남용하는 방법이 족보처럼 공유되고 있다"며 "불법 마약을 구하지 못하면 병·의원을 찾아 처방받는 식으로 남용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구나 지인이 불법마약류를 사용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45명(2.5%)이었다. 친구·지인이 처방약물을 처방받은 적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32명(23.6%)이었고, 이 가운데 154명은 처방약물을 오용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마약 복용자들이 범죄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간접 경험'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경험을 친구·지인의 사례로 바꿔 답하는 경향이 있단 얘기다.
이 조사는 본격적인 분석에 앞선 시범조사 성격이다. 청소년 마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2023년 복지부는 "심층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보고서가 나온 지 1년이 지나도록 후속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조사를 위해 조달청에 연구용역을 공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보윤 의원은 "온라인 시범조사에서 불법 마약류 사용 경험을 밝힌 청소년 비율이 상당 수준 나타났다"라며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위기 단계에 진입한 만큼 복지부는 심층분석을 조속히 실시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