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자증' 남성의 꼭꼭 숨은 정자, AI가 찾아냈다

2025-07-05

수많은 인공수정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미국의 한 부부가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18년 만에 임신에 성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부부는 지난 18년 간 전 세계 난임 치료 센터를 돌아다니며 체외수정(IVF;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반복해서 받았지만 남편의 정액에서 정자가 전혀 검출되지 않아 번번이 실패했다.

남편의 무정자증(azoospermia)으로 인해 정자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무정자증은 남성 중 약 1%에게서 발생하는 희귀 질환으로 고환이 정자를 생산하지 못하거나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가 막혀 정액으로 배출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정액에서 정자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다.

일반적인 정액 샘플에서는 수억 개의 정자를 확인할 수 있는데, 무정자증 남성의 경우 현미경으로 정액을 검사해 수정이 가능한 정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간 의료진은 남편의 정자를 수 차례 확인했지만 정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에 부부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치료 센터를 찾아 새로운 AI 기반 기술 'STAR 기법'으로 난임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AI는 남편의 정액에서 육안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운 정자 3개가 발견했다. 의료진은 AI로 찾아낸 정자를 아내의 난자에 수정했고, 아내는 그토록 소원하던 아이를 임신하는 데 성공했다. 출산 예정일은 올해 12월이다.

아내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너무 많은 좌절을 겪어왔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제 초음파에서 아기를 보게 되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대학교가 개발한 STAR 기법은 AI로 정액을 수만장 촬영해 정자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정액 샘플을 특수 칩 위에 놓고 고속 카메라와 고해상도 현미경을 이용해 AI가 1시간 만에 8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촬영하며 정자를 탐색한다. 'STAR(Sperm Tracking and Recovery; 정자 추적과 회수)' 시스템이 정자로 추정되는 세포를 인식하면, 손상 없이 살아 있는 채로 분리해낸다.

STAR 기법 개발을 주도한 컬럼비아 대학교 생식 센터의 소장인 제브 윌리엄스 박사는 “기존에는 숙련된 기술자가 찾아도 이틀간 찾아도 정자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 샘플에서 AI는 단 1시간 만에 44마리를 찾아냈다”며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수천 개의 건초더미에 흩어져 있는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검색을 완료하고, 해로운 레이저나 얼룩 없이 매우 부드럽게 진행하기 때문에 정자가 난자를 수정하는 데 사용하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불임 부부의 40%가 남성의 생식 기능 문제이며, 이 중 10%가 무정자증으로 인한 불임으로 알려졌다.

치료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정소(고환)를 절개하고 조직을 분리, 그 안에서 정자를 찾는 침습적인 수술이 있다. 이 치료법은 영구적인 흉터와 손상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치료 횟수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STAR 기법은 침습적 수술과 횟수 제한 없이 단시간에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STAR 기법은 컬럼비아 대학교 난임센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논문으로 발표하고 타 기관에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윌리엄스 박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제를 가장 현대적인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STAR 기법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자를 난자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을 개발한 와일 코넬 의대의 배아학 교수인 지안피에로 팔레르모 박사는 “AI를 추가하면 정자를 조금 더 빨리, 어쩌면 한 개 더 많이 채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필연적으로 일부 남성은 정자가 '전혀' 없을 수 있다. 그 경우에는 인간이 검사하든 기계가 검사하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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