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시흥에서 지인 2명을 살해하고 시민 2명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체포된 중국동포 차철남(57)이 2012년 F4(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해 13년간 합법 체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경기 시흥경찰서 등에 따르면 차철남은 1997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5년 넘게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내다가 2002년 말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어 10년 뒤인 2012년 F4 비자로 다시 입국해 현재까지 13년간 한국에 체류 중이다.
F4 비자는 한때 대한민국 국적이었거나 부모 또는 조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이었던 외국 국적 재외동포에게 부여된다. 체류 기간 연장 제한도 없어 3년 단위로 갱신하면 국내에서 무기한으로 창업, 취업 등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비자 갱신을 위해 본국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다만 F4 비자의 경우 국내 일자리 보호를 위해 공사장이나 식당 일과 같은 단순 노무직에는 종사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 건설 현장에서는 이 비자를 가진 근로자들이 다수 일하고 있어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이날 발간한 '건설현장 리포트'에 따르면 퇴직공제에 가입한 외국인 건설근로자 22만9541명 중 50.4%의 체류자격이 F4 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외적으로 F4 비자 중 기능사 이상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재외동포가 받을 수 있는 F4-27 비자의 경우 취득한 자격증 종류에 따라 건설 현장 취업이 가능하다.
차철남이 또한 이 F4-27 비자를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차철남이 어떤 자격증을 취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특정한 직업 없이 과거 외국에서 벌어놓은 돈과 가끔 건설 현장에 나가 받는 임금으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차철남은 불법체류와 합법체류를 합쳐 18년 이상을 한국에서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며 "2012년 F4 비자로 입국한 뒤에도 중국과 한국을 여러 차례 오갔다"고 말했다.
한편 차철남은 지난 19일 시흥시 정왕동 소재 편의점주 60대 여성 A씨를, 편의점으로부터 약 1.3km 떨어진 한 체육공원에서 자기 집 건물주인 70대 남성 B씨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 이후 수사에 나선 경찰은 차철남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가 지난 17일 같은 중국동포인 50대 형제 2명을 살해한 사실을 확인했다. 차철남은 공개수사에 나선 경찰에 의해 같은 날 오후 범행 장소에서 직선거리로 약 5㎞ 떨어진 곳에서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차철남의 범행 동기와 자세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며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