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야구 명문인 고등학교가 교내 학교폭력 사건으로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출전을 포기했다.
11일 아사히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일본 히로시마시에 위치한 고료고등학교 야구부는 지난 10일 고시엔 출전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1회전에서 아사히카와시호 고교(홋카이도)를 꺾고 승리한 뒤 2회전에서 쓰다학원(미에현)과 맞붙을 예정이었지만, 이를 포기한 것이다.
일본 고교 야구 명문으로 꼽혀온 데다 이미 1회전 경기까지 이긴 고료고가 갑작스럽게 고시엔 출전을 포기한 이유는 지난 1월 발생한 교내 학폭 사건이 최근에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학교 측 설명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1학년 부원이 야구부 생활 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숙사 내 컵라면 취식을 이유로 2학년 부원 4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후 가해자들은 폭행을 인정했고, 학교 측은 일본 고교야구연맹(고야렌)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고야렌 측은 3월에 가해자들에게 비공개로 ‘엄중주의’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아울러 가해자들은 1개월 이내에 개최되는 공식전에 대한 출전이 금지됐고, 피해자는 전학을 갔다.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고료고의 고시엔 출전 확정 후 폭행 사건 관련 정보가 소셜미디어(SNS)에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료고의 고시엔 1회전 경기 당일이었던 7일에는 2023년에 고료고 야구부원들이 감독과 코치, 일부 부원들로부터 폭력과 폭언을 당했다는 얘기까지 SNS를 통해 확산됐다.
학교 측은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1회전 경기 직후 고료고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현재 제3자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제3자위원회는 사건 당사자나 학교 내부 인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변호사,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말한다. 아울러 학교 측은 호리 마사카즈 교장의 일본 고야렌 회장 사퇴, 나카이 테츠유키 감독의 사임을 발표했다.
이번 고시엔 대회장을 맡은 쓰노다 마사루 아사히신문사 사장은 “매우 유감이지만, 학교의 판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폭력이나 폭언을 비롯해, 부활동(부카츠)에서의 지도자와 선수 혹은 선수 간의 불합리한 상하 관계를 뿌리 뽑겠다는 자세를 다시금 가슴에 새기고, 대회 운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숙사 폐쇄성 문제…감독이 모두 파악하기 어려워”
일본 야구부에서 선후배간 위계관계에 의한 폭력 행위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학교 전체가 경기 출전을 포기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학생야구협회가 2023년 9월 이후 2년간 발표한 대외 시합 금지 처분 가운데, 부원 간 괴롭힘이 이유인 건이 10건, 폭력은 2건 있었다. 2011년에는 아오모리현의 사립 고교에서 기숙사에서 금지된 고기 구워먹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1학년이 2학년에게 폭행을 당한 뒤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부카츠 부원 간 폭력과 괴롭힘은 어른의 눈이 닿기 어려운 기숙사가 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고야렌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야구부 전용 기숙사가 있는 학교는 2008년 3.7%에서 2023년도에는 5.7%로 증가했다.
요시다 요시하루 오테몬가쿠인대 객원교수는 기숙사의 폐쇄성을 없애야 이같은 문제를 근절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부카츠 전용 기숙사는 계속 같은 집단으로 생활해 자택 같은 도피처가 없다”며 “애초에 24시간 감독이 모든 걸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포츠를 하는 고등학생에게도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포츠만 하며 버텨라’하는 쇼와 시대식 발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