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포츠의 어쩌면 먼저 온 미래 '로봇 스포츠'

2025-07-23

2025 로보컵이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21일 폐막했다. 로보컵은 1997년 창설된 로봇축구 대회다. 하이라이트는 어른 덩치 크기의 인간형 로봇이 출전하는 '휴머노이드 어덜트 사이즈' 경기다. 유튜브에서 봤던 백 텀블링을 척척 하는 로봇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역동성이 생명인 '스포츠'로 보기에 너무 지루하다. 영국 가디언은 "음바페는 없었다"고 평가했는데, 이 정도도 과장이다. 5살 '슛돌이' 실력이면 한 경기 30골도 넣을 만큼 로봇은 엉금엉금 움직였다.

전문가 평가는 좀 다르다. 로보컵 창설에 1년 앞선 1996년 국내에서 로봇축구대회를 개최했던 카이스트 김종환 교수는 "통제된 환경에서 주어진 특정 동작을 수만 번 강화 학습해 백 텀블링을 하는 것과 로봇축구를 비교할 순 없다"고 말했다. 3대가 한 팀을 이루는데, 로봇을 조종하는 리모트 컨트롤러 같은 건 없다. 킥오프 이후에는 로봇이 알아서 한다. 스스로 인지하고 결정하며, 동료와 협력하고 상대와 대립하며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로봇의 종합적인 능력을 가늠하는 장이다. 현재 대한로봇스포츠협회를 이끄는 김 교수는 "로봇스포츠를 통해 (로봇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공학도를 꿈꾸는 청소년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비디오(컴퓨터)게임의 초기 모델인 아타리의 '퐁'이 출시된 게 1972년이다. 지금은 전쟁마저 비디오게임 같은 세상이다. 게임 화면 속 상황 대신 실제로 드론과 미사일이 표적을 향한다는 점이 다르다. '아이들 놀이'로 취급되던 비디오게임이 'E스포츠'로 발돋움해 올림픽 진출을 넘본다. 그처럼 로봇스포츠도 로봇산업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과 맞닥뜨린다. 과연 로봇스포츠를 전통적인 '스포츠' 테두리 안에 넣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규칙'에 따라 '경쟁'한다는 건 공통적이지만, 로봇스포츠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땀을 흘리는 '육체성'이 결여됐다. 로봇축구의 엉거주춤한 동작을 보다가 손흥민의 드리블 슈팅을 보면 동작 하나하나의 섬세함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진다.

축구·럭비·테니스 등 스포츠라는 게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등장한 근대의 산물이다. 하루가 다른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생각하면 로봇이 음바페처럼 움직이고 로보컵 우승팀이 월드컵 챔피언을 꺾는 '새로운 세상'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그때는 '스포츠'의 개념과 용어도 새롭게 정의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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