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설립 속도 내는 은행권···실적 영향은 '미미'

2025-06-23

은행권이 정부가 추진하는 배드뱅크 준비에 본격 돌입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국내 은행장들은 이날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정례이사회를 연다. 이날 이사회 안건에는 배드뱅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은행장들은 배드뱅크의 구조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장기 소액 연체자 113만명이 진 빚 16조원을 탕감해주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을 발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로 정부는 배드뱅크를 통해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 채권을 일괄 매입할 방침이다. 법인 자영업자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배드뱅크는 한국자산공사가 출자하는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며 소요재원은 8000억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 중 4000억원은 2차 추경에 반영하고 나머지는 금융권의 자율적 협의를 통해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은 배드뱅크 설립으로 가장 큰 부담을 지게 됐으나 당장 올해 실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지난해에도 소상공인 이자환급(캐시백) 등 민생금융 재원에 2조1000억원을 투입했으며 올해부터는 3년간 상생금융에 약 2조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은행권에 구체적으로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으나 4000억원이면 크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라며 "5대 시중은행의 비중이 크긴 하겠지만 18개 은행, 금융권 전체와 나눈다고 하면 실제 부담 금액은 크질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증권가에서도 은행권의 출자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금융사 대비 은행에 높은 비중이 배분될 전망이나 개별 대형은행(지주)의 경우 1000억원 미만에 그쳐 4조~5조원에 달하는 연간이익 창출규모 대비 미미한 수준일 것이란 분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드뱅크의 대상 연체대출은 대부분 2금융권 여신일 것으로 예상되며 7년 이상 연체 여신은 은행들도 대부분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상각했을 것으로 보여 매각 관련 손실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 4000억원 규모는 시중은행당 약 300~400억원 정도의 규모이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가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현재 60~80%에서 최대 90%까지 원금을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 확대 방안도 시중은행당 부담이 약 100~200억원 내외로 늘어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총 순이익이 전년 대비 6.71% 증가한 17조4507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10.1% 증가한 5조5919억원, 신한금융지주도 10.9% 늘어난 4조9345억원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금융지주는 5.1% 증가한 3조9287억원,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유일하게 전년 대비 2.9% 감소한 2조995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배드뱅크의 경우 큰 금액이 요구되지 않지만 향후 지속적인 상생금융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이 경우 결국 출자금액이 현 300~400억원 수준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민생지원 차원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발표될 수 있다"면서 "저금리 대환대출, 가산금리 규제, 제4인터넷뱅크 추진 등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은행권 관련 정책공약 내용들의 진행경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