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이 일본 QST(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 병원과 협약을 맺으며 최첨단 암 치료 장비인 '중입자 치료기' 도입에 속도를 낸다.
아산병원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일본 치바현 QST 병원에서 중입자 치료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송시열 서울아산병원 중입자도입추진단장(암병원장)과 이시카와 히토시 QST 병원장 등 양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QST 병원은 1994년 세계 최초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의료기관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중입자 치료 분야 인력 교육, 환자 교류, 임상 연구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아산병원은 지난 4월 일본 도시바ESS·DK메디칼솔루션 컨소시엄과 계약을 맺고 2031년 중입자 치료기 가동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병원 측은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본원 캠퍼스에 회전형 치료기 2대, 고정형 치료기 1대를 갖춘 연면적 4만 880㎡(약 1만 2388평)의 중입자 치료 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나온 에너지를 암세포에 충돌시켜 파괴하는 첨단 방사선 치료기기다. 정상 조직은 최대한 보호하고 암 조직만 집중적으로 사멸하는 방식으로, 기존 치료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기간이 짧아 '꿈의 암 치료기'라고도 불린다. 다만 설치에만 수천 억원이 들 정도로 비싸고 유지,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 전 세계적으로도 보유한 국가가 드물다.
우리나라에선 2023년 연세의료원이 처음 치료기를 도입해 전립선암, 폐암 등 중증 난치성 암 환자를 치료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2027년 부산 기장에 중입자치료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지난해 공사에 착수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이 건립할 중입자 치료 시설은 면적 기준 국내 최대 규모에 치료 장비도 최고 사양이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 기반의 영상유도시스템을 적용해 종양의 크기와 위치 변화에 따른 정밀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탄소 이온 뿐 아니라 헬륨, 네온, 산소 등 다양한 입자를 활용한 멀티이온빔으로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내성이 강한 종양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 수억 원을 들여 독일, 일본 등으로 원정 치료를 떠날 정도로 중입자 치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현재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중입자 치료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송시열 중입자도입추진단장은 "세계 최초로 중입자 치료를 임상에 도입한 QST 병원의 경험이 아산병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난치성 암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고, 환자 중심의 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