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역 인근을 걷던 한 가족이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UX스튜디오를 우연히 발견하고 즉흥적으로 방문한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실험용 모형 차량인 ‘스터디 벅’에 오른다. 장난감 등 맞춤형 장비를 들고서 트렁크 공간을 느껴보거나 아이를 뒷좌석에 앉히고 시트 간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때 현대차·기아는 방문객의 움직임이나, 제시하는 차량 개발의 방향성들을 녹화를 통해 기록한다. ‘아이 트래킹’ 기술을 활용해 차량 주행 시의 시각 데이터도 수집한다. 이같이 정량·정성적으로 측정된 데이터들은 이후 개발될 현대차·기아의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적용된다.
3일 서울 현대자동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개관이 예정된 ‘현대차·기아 UX스튜디오 서울’의 상상도다. 기존 서초구에 위치했던 UX스튜디오를 이전하며 달라진 가장 큰 변화는 고객 누구나 모빌리티 개발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고객이 상시적으로 UX 개발에 참여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다.
김효린 현대차·기아 피처전략실 상무는 “현대차·기아가 지향하는 UX는 편리함을 넘어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그 출발점은 결국 고객의 목소리이며, UX 스튜디오 서울은 단순 체험 공간이 아니라 실제 차량 개발 과정에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UX스튜디오는 방문객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1층 ‘오픈랩’과 별도로 선별된 인원만 참여할 수 있는 2층의 ‘어드밴스드 리서치 랩’으로 구성됐다. 실제 1층에 들어서자 ‘UX 인사이트’ 구역이 가장 먼저 나타났다. 5단계로 구성된 UX 연구과정 전반을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이어지는 UX 콘셉트 구역에서는 나무로 만든 스터디 벅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차량에 적용된 UX를 몰입감 있게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체험 구간인 UX검증 구역에서는 주행 시뮬레이션을 체험하며 주어지는 미션을 해결해 나가도록 설계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기아는 방문객들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차량 개발의 다양한 단계에서 활용한다. 현대차·기아 측은 “차량 개발에 영향력을 끼친 방문객에게는 사례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를 체험할 수 있는 ‘SDV 존’도 이목을 끈다. 특히 올해 3월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플레오스 25’에서 최초 공개된 ‘전기·전자(E&E) 아키텍처 전시물은 SDV 차량의 구조를 한눈에 드러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E&E 아키텍처를 도입하면 기존 차량 대비 제어기 수를 약 66%를 줄일 수 있어 시스템 복잡성을 낮추고 차량 경량화가 가능하다. 1층 한편에는 현대차·기아의 UX 변천사를 기록한 UX 아카이브도 위치하고 있었다.

UX스튜디오 2층에 올라서자 피쳐 개발룸, 시뮬레이션 룸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오픈형 공간인 1층과는 달리 현대차·기아가 각 차량 개발 목적에 맞는 고객들을 30~50명 가량 모집해 연구원들과 함께 UX 연구를 수행하는 몰입형 공간이다.
우선 피쳐 개발룸은 자율주행이나 고성능 차량,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HMI) 등 각 분야별로 세분화된 연구실이다. UX 연구원들의 실질적인 업무가 진행되는 곳으로, 각 프로젝트의 목적에 맞게 UX 개발이 가능하도록 가변적으로 구성됐다. 선정된 고객들은 연구원들과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시뮬레이션룸에서는 피처 개발룸에서 도출된 UX 콘셉트를 가상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다. 개발한 콘셉트가 실제 주행을 하는 상황에서 어떤 사용성을 보이는지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다. 준중형 세단부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즉시 차량 변형이 가능한데, 실제 시뮬레이션 기계에 탑승해보니 직접 주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는 서울,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도 델리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도 구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