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된장 달인들과 한식 전파에 힘 보탤 것”

2025-08-22

“한식은 여러 겹의 풍미와 문화, 그리고 긴 역사를 품고 있어요. 그래서 배워야 할 것이 정말 많은데, 그런 배움의 과정이 지금의 나를 계속 성장시키고 있죠. 내 음식도, 내 레시피도.”

지난해 넷플릭스 화제작 ‘흑백요리사’에 출연하면서 1등보다 주목 받는 2등으로 스타가 된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 그는 방송 후 미국과 한국을 분주히 오가며 다양한 방송·광고 촬영을 하는 중에도 한국 식재료에 대한 탐구를 계속 해왔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했을 당시 스스로를 “비빔인간”이라고 소개할 만큼 여러 문화가 융합된 미식 경험을 선보이는 것이 에드워드 리 셰프만의 특징인데 그 중심에는 한식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610매그놀리아’와 워싱턴에 있는 한식 다이닝 ‘시아’를 운영 중인데, 두 곳 모두 다양한 한국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멜팅 팟’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자라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했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한식에 대한 자기만의 탐구를 꾸준히 해온 ‘비빔인간’ 에드워드 리. 그가 최근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했다. 세계적인 호텔 그룹 카펠라의 첫 한국 진출 프로젝트 ‘헌인마을X카펠라’의 공식 앰버서더이자 마을 내 레스토랑 컨설팅을 맡은 것.

‘한남동 카펠라 더 클럽’ 메뉴 컨설팅 맡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원에 조성되고 있는 헌인마을은 약 700만 평(2300만㎡)의 숲으로 둘러싸인 프라이빗 리조트형 주거단지로 르엘 어퍼하우스와 카펠라 레지던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내 집에서 고급 호텔&리조트 서비스를 경험한다’는 구상으로, 카펠라는 입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클럽 하우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트와 에드워드 리 셰프와 협업한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오는 9월 한남동에 오픈하는 ‘한남동 카펠라 더 클럽’의 메뉴 컨설팅도 맡았다.

지난 8~9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선 카펠라만의 서비스와 에드워드 리 셰프의 미식 여정을 미리 경험해보는 행사가 열렸다. ‘흑백요리사’를 통해 싱가포르에서 이미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에드워드 리는 행사장에서도 사진을 함께 찍고 싶어 하는 초대 손님들 때문에 분주했다. 중앙SUNDAY는 디너 행사가 시작되기 전, 휴식 시간을 이용해 에드워드 리 셰프와 이야기를 나눴다.

입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클럽 하우스 음식은 ‘집밥’인 동시에 ‘외식’이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만 카펠라가 지향하는 자연, 아름다움, 공동체, 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특히 한국의 진정성 있는(그는 ‘예술적’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식재료 생산자들과 협업하는 게 목표다.”

디너 행사에서 에드워드 리 셰프는 ‘캐비어를 곁들인, 고추장 소스의 참치 타르타르 타클렛’과 ‘감자와 한국 무 퓌레를 곁들인, 젓갈 치미추리소스(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 소스)의 스테이크’를 선보였다. 접시에 담긴 모습은 서양식 요리였지만, 입안에선 한국 고추장과 젓갈 특유의 풍미가 느껴진다. 덕분에 한국인, 외국인 모두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흥미로운 미식 경험을 즐길 수 있었다.

젓갈은 쿰쿰한 냄새와 자극적인 맛 때문에 한국인들 사이에도 호불호가 갈린다.

“젓갈은 한식에서 매우 중요한 재료다. 젓갈 없이는 김치를 만들 수 없고, 그 외 수많은 음식에도 젓갈이 들어간다. 한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젓갈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젓갈을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사용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오늘 메뉴에선 젓갈로 만든 치미추리소스를 선보였다.”

다양한 한국 식재료를 사용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매일 매일 한식의 역사를 배우고 있다. 단순히 현재 유행하는 음식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까지 배우면서 매일 매일 많은 것을 얻고 있다. 배우면 배울수록 한식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깊어진다. 그래서 특정 재료 하나를 꼽을 수가 없다.”

그럼 질문을 바꿔서, 외국인에게 선보였을 때 반응이 좋았던 식재료가 있다면.

“시아에선 아직 미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식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이제 미국에서도 갈비·김치·비빔밥 정도는 누구나 안다. 그래서 나는 젓갈이나 감태 등 한식의 또 다른 면모를 알리고 싶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한국에서 경험한 다양한 맛과 그 너머의 세계를 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한식의 정체성을 정의한다면.

“한식은 사찰 음식, 바비큐 요리, 해산물 요리, 길거리 음식처럼 정말 다양한 면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맵다’고만 생각한다. 김치찌개·김치·고추장을 떠올리면 당연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한식의 진짜 정수는 ‘담백한 맛’에 있다. 부드럽고 섬세하며 은은한 맛이 많고, 곱씹고 음미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깊이가 있다. (조선 중기에)고추가 유입되기 전까지 수천 년 동안 한식은 산나물 같은 채소 중심의 아주 담백하고 부드러운 음식들이 많았고, 그래서 본질적으로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지금은 내 호기심을 자극한 한식의 이런 다양한 면을 배우고 탐구하면서 새로운 발견을 하는 중이다.”

전통, 퓨전…대중성 위해선 모두 필요

K푸드가 가진 두 가지 숙제 ‘전통 그대로의 맛 지키기’ ‘서양 음식과 창의적으로 섞이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통을 지켜내는 셰프도,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셰프도 모두 중요하다. 어느 한쪽만 존재한다면 그 음식은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지만, 동시에 매일 같은 것만 먹을 수도 없다. 따라서 현대적인 해석 역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K푸드의 미래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전통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다. 공장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직접 정성껏 간장·된장·젓갈을 담그는 사람들야말로 진정한 예술가이고, 한식의 진짜 ‘맛’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셰프로서 내 역할은 그들의 사업 또는 그들이 하는 일을 지켜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전통적인 한식을 요리하진 않지만 전통 식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명란으로 비네그레트(기름과 식초를 이용한 프랑스식 샐러드 드레싱)를 만드는 식인데, 이것이 나의 창의성이라면 명란을 직접 만드는 이들을 찾아서 구매하고 지원하는 일은 셰프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자 책임이다.”

레스토랑 시아의 컨셉트 중 ‘제로 플라스틱’ ‘제로 웨이스트’도 눈에 띈다.

“시아 주방에선 더 이상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다. 랩도 사용하지 않는다. 백 년 전만 해도 플라스틱은 없었지만 식당은 존재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레스토랑이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고, 이런 습관은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생선(물고기!)을 사랑하고 바다를 사랑하는 셰프로서 시아에서 하고 있는 제로 플라스틱,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과 비용, 과정을 논문으로 정리해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러면 다음에 같은 길을 걷는 셰프들은 조금 더 쉽게 실천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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