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11월입니다. 전국 학교가 올해 2학기를 되돌아보고 2026학년도 교육과정을 꾸리는 준비에 한창인 시기인데요. 내년 준비를 앞두고 여러 교원단체가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조합원들의 학교로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현장체험학습 관련 공문’입니다.
초등교사노조는 지난 5일부터 ‘현장체험학습 강행 금지 요청’ 공문 신청을 받았습니다. 교사와 협의 없이 체험학습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관리자 즉, 교장의 명백한 직무상 권한 남용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입니다. 공문에는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을 포함한 학교행사가 다른 교육활동보다 9배나 위험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도 함께 첨부됐습니다.
대한초등교사협회도 지난 6일 ‘교사에게 현장체험 강요 금지’ 등 내용이 담긴 공문을 학교에 발송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교장이 현장체험학습을 원하지 않는 교사에게 강요하면 학교장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교원단체들의 공문에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말자’는 문구가 담기진 않았지만 현장체험학습을 원하지 않는 마음은 분명히 읽힙니다. 교사 등이 모인 한 단체채팅방에선 초등교사노조의 공문 신청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학생 사망 사건을 홍보를 이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제주 수학여행 중 숨진 학생의 사건 기사를 공유하며 “현장체험학습은 법정 의무 과정이 아니다. 내년 계획 수립에 있어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글이 공유된 것입니다. 채팅방 내부에서도 “학생의 죽음 시점을 현장 학습을 뺄 골든타임으로 연결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교사들의 관련 공문 신청이 빈번해진 건 강원도에서 한 초등학생이 체험학습 중 숨진 사건 이후부터입니다. 2022년 11월 속초로 체험학습을 떠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숨진 학생을 인솔한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맨 앞에서 인솔하면서 처음 한 번만 뒤를 돌아본 것이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나이 학생들의 활동성을 고려할 때 학생이 대열을 이탈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되고, 자주 뒤를 돌아봤어야 한다는 겁니다.
당시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불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은 모든 과실은 버스 기사에게만 있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학생 안전 관리 관련 주의의무 위반조차도 교권으로 보호받는다는 대중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이로 인해 사랑하는 자녀를 한순간에 빼앗긴 피해자의 유족이 대중의 비난까지 받는 큰 고통을 겪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잠시 주의를 팔았다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불안과 우려를 느낄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이 부담이 되기도 했을 겁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3월 교원 6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8명(81.8%)이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폐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개정 학교안전법이 시행됐습니다. 체험학습 안전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인력도 배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교총은 지난 5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현장체험학습 제도 전면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개정 학교안전법의 면책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에 안전조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면책 요건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책임질 일 없게 외부 활동을 안 하고 마는 보다 간편한 방법이 선택되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초4 자녀를 키우는 A씨는 최근 ‘교사가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 현장체험학습을 갈 수 없다’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대신 학교 강당에서 마술쇼 공연을 보고, 교실에서 키링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이뤄졌습니다. A씨는 “학교가 교실에서 공부만 하러 가는 곳은 아니지 않나”며 “친구들과 여럿이 야외에 나가서 협동력도 키우고, 서로 도와가며 살 수 있다는 것을 교실 밖에서 배울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한데 아예 기회를 차단당하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의 협의 자리에 체험학습 강요 금지 공문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현장체험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에 대한 협의의 여지가 좁아지는 데 아쉬움을 표하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경기도의 초등교사 B씨(28)는 “체험학습이 필요한 교육활동인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생님들끼리 대화로 충분히 정해나갈 수도 있는데 ‘강요 금지’ 공문은 어떠한 경우에도 체험학습은 안 된다고 선을 그어버리듯 느껴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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