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한일 ‘새 시대’와 연오랑세오녀

2025-08-25

2세기 무렵 신라의 동해 바닷가에 살던 어부 부부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가 왕과 왕비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때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어버렸는데 그 왕비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낸 후 다시 빛을 되찾았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연오랑세오녀 신화이다. 포항 영일만에는 이를 기념하는 테마공원도 있다.

예전에는 포항 등 동해안 일대에서 표류하면 일본 시마네현과 돗토리현 일대에서 구조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대한해협을 북상해 흐르는 쓰시마 해류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실제로 시마네현과 돗토리현 일대에서는 한반도와 관련된 토기와 철기 문화 흔적이 발견됐다. 이곳은 일본 역사에서 야마토 정권이 서일본을 통합하기 전 이즈모국(出雲國)이 강한 세력을 형성했던 곳이다. 일본서기에도 신라 왕자 천일창이 바다를 건너와 일본 천황에 옥과 청동거울 등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역사학계 일각에는 연오랑세오녀 신화가 신라와 일본의 고대 해상 교류를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즈모는 일본 전국의 수많은 신들이 해마다 10월에 모여 인간의 결혼, 운명 등을 논의하는 ‘신들의 성지’로 유명하다. 일본 신화에는 이즈모를 다스리는 신이 아마테라스 신에게 이즈모 통치 권한을 넘겨준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이즈모가 야마토 정권에 복속되는 대신 신들이 모이는 종교·의례적인 권위를 유지하는 타협이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아마테라스는 일본 왕가와 일본인의 조상신으로 여겨진다.

‘한일 관계 새 시대’를 연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안동소주와 함께 만찬을 가졌다.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돗토리현의 맥주 ‘다이센G’도 곁들여졌다. 식탁에는 안동찜닭, 이시바 총리가 즐기는 ‘이시바식 카레’ 등이 올랐다. 이를 계기로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는 토대 위에 한일이 다시 가까워져 서로 돕는 관계로 나아가면 좋겠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도 ‘총, 균, 쇠’에서 현대 일본인은 한반도에서 벼농사와 철기를 가지고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이며 유전적으로도 매우 흡사하다고 분석했으니 말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