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국내 건설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개최한 ‘2025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진단 및 내수경기 활성화 전략 세미나’에서는 산업의 실물지표 급감, 재무 불안, 공공투자 축소 등 복합적인 위기 요인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이날 발표에서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2024년 2분기를 기점으로 산업 지표에 이상징후가 나타났다”며 “삼성물산의 실적이 본격 반영되면서 전체 건설업 지표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 박사는 “삼성물산은 대규모 유보자산과 자체 금융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통상적인 건설사와 회계 구조가 다르다”면서 “그러나 건설 부문은 기성 중심의 수익 인식 구조를 따르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게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특이 구조가 통계상 건설업 평균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착시를 유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건설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159.9%로, 전 산업 평균(101.4%)을 약 60%포인트 상회한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건설업은 32.9%로, 전 산업 평균인 26.2%를 크게 웃돈다.
엄 박사는 “지표만 놓고 보면 마치 건설업 전체가 부실한 상태처럼 비쳐질 수 있다”며 “정책 판단의 기반이 되는 지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현재 건설업계가 '수익성 없는 외형 성장'에 머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형 매출은 기성 확대에 따라 증가하고 있지만, 고금리와 인건비·자재비 인상으로 인해 실제 수익성은 급락했다는 것이다. 엄 박사는 “이는 산업 전반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대형사 중심의 책임준공 계약 체결 기업들도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방과 비수도권에서는 공사 중단과 손실 인식이 늘고 있으며, 이는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어 장기적 구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하반기 건설 경기 흐름에 대해 “현재 시장은 단기 조정이 아닌 구조적 후퇴에 가까운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5년 1~4월 기준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8.1% 줄었고, 주거용 착공 면적은 44.2%, 건설기성도 20.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공공부문 역시 여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SOC 예산은 실질 기준으로 2021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고, 2025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봐도 추가 투자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세 번째 발표에서 김성환 박사(경제금융·도시연구실)는 주택 공급 선행지표들을 분석하며 “민간 인허가는 1~4월 기준 전년 대비 20.4% 감소해 2년 연속 하락했고, 미착공 주택은 약 45만 호에 달해 공급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공부문이 일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규모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민간의 공백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정책 불확실성과 금융 여건 악화가 맞물린 상황에서 자생적 회복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세 발표자의 공통된 우려는 ‘지표의 착시’였다. 특히 엄근용 박사는 “정책 당국은 산업 지표를 근거로 조세, 금융, 투자 방향을 설정하지만, 지표 자체가 왜곡된 상태라면 결과적으로 정책 판단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물산처럼 기존 건설사와 이질적인 회계 구조를 가진 대형사의 통계 반영이 산업 평균을 왜곡시키고 있다면, 통계 분류 체계나 분석 기법 자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건설사, 시행사,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SOC 예산 확대 가능성, 건설사 PF 대출 구조조정 속도, 금리 동향 등이 하반기 시장 회복의 핵심 변수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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