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선 이미 신약 출시 감소…빅파마 위축에 韓 투자·신약 위축 우려"

2025-11-02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의 최혜국대우(MFN) 가격정책 여파로 미국과 비교해 신약 가격이 너무 낮은 국가에서는 신약 출시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서 벌써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빅파마들의 움직임을 보면 한국에서도 신약 출시가 줄어들고, 투자가 감소할 우려가 있습니다.”

리차드 케인 미국제약연구제조사협회(PhRMA·파마) 국제정책 부의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미국의 MFN 가격 정책으로 인해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외 지역에서 신약 가격을 미국보다 낮지 않게 책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MFN 정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의약품 가격을 기준 삼아 미국 시장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인 국가들이 비교 대상이다. 한국은 GDP 기준에 미달해 비교 국가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케인 부의장은 한국도 마음 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이자는 모든 신약에 대해 국가별 구매력평가기준(PPP)을 연동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에 협조하겠다고 했다”며 “이 경우 미국 GDP 60% 이하의 국가들도 신약 가격이 높아지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알버트 불라 화이자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파마는 미국을 대표하는 제약 산업 단체다. 화이자를 비롯해 머크(MSD), 존슨앤드존슨,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암젠, 길리어드 등이 회원사다. 글로벌 제약사를 대변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정책 제안과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마는 미국의 MFN 정책에 반대하면서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OECD 국가 중 한국의 신약 지출 비중이 최하위 수준(GDP 대비 0.09%)”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해 한국의 신약 가격이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MFN 행정명령은 수익성 측면에서 큰 압박이다. 미국 현지 약가를 인하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대한 투자와 신약 출시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필립 첸 파마 아시아 담당 부의장은 “MFN 행정명령 취지는 미국이 많이 부담해온 신약 연구개발(R&D) 비용을 각국이 일정 부분 분담하자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 불균형이 해결될 때까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제약업계는 여러 방면에서 강도 높은 재정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5년간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액이 꾸준히 늘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R&D 투자비용은 1조 369억 원으로 5년간 연평균 14.8% 증가했다. 파마 관계자들의 경고는 이처럼 최근 몇 년간 증가세를 보여왔던 빅파마들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케인 부의장은 “미국이 조건적 개방 정책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외국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임상은 물론 제약사들이 연구소, 제조시설 등의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국가별 상황을 과거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빅파마 투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임상시험만 놓고 보면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기준 한국의 글로벌 제약사 주도 임상 점유율은 지난해 4위에서 6위로 하락했고, 서울도 중국 베이징에 밀려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첸 부의장은 “미국 외 국가들도 신약 가격 산정 방식이나 급여 등재 속도, 건강보험 지출 구조 등 지속 가능한 혁신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의약품의 경우 최혜국 대우 관세율 15%(제네릭 0%)가 확정됐지만 원료의약품 등 세부 항목에 대한 세율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케인 부의장은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과 임상 인프라, 과학 인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한국·일본 등 동맹국산 공급망에는 의약품 관세가 적용돼서는 안 된다”며 “의약품과 원료의약품 모두 의료비 상승과 제조·R&D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어 관세 부과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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