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1일,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사고는 인도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켰다. 이를 계기로 고령 운전자 대책 마련과 차량 안전장치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는 곳곳에서 되풀이됐다.
지난해 7월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앞 주차장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택시가 구급차와 충돌한 뒤 다른 차량으로 돌진했다. 당시 사고로 보행자 3명이 부상했다. 사고 운전자는 처음엔 차량이 급발진했다고 주장하다 이후 가속페달을 잘못 밟았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 후문에서는 7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인파가 몰려있던 거리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남성은 사고 2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사고가 난 이유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
지난 5월 서울 강동구 길동 복조리 시장에서는 60대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행인에게 돌진해 12명이 다쳤고,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 인근 도로에서도 60대 남성이 몰던 택시가 앞서가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를 보면 전체 면허 소지자 중 65세 이상인 고령자 비중은 2020년 11.1%에서 2024년 14.9%로 증가했다. 2040년에는 30.5%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사망사고 중 가해 운전자가 65세 이상인 사고의 비율은 30.2%로 면허소지자 중 고령자의 비율(13.8%)보다 훨씬 높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2월 낸 ‘고령 운전자 안전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고령 운전자는 도로 주행 중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급정거 등을 할 때 반응 시간이 늦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달린 고령자 특화 차량의 제조를 확대하거나 위험 상황을 포착해 차량을 제어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등을 보급해야 한다고 했다.
관계 당국은 운전 능력이 저하된 이들에게 야간이나 장거리 운전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 제도, 고령자가 자진해 면허를 반납하면 택시 요금 등을 지원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술 보급과 함께 운전면허 소지자에 대한 수시 적성검사를 강화하고 가족 등 제3자가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80세 이상 등 고위험군 운전자는 면허 갱신 주기를 현행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적성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