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냉방비 무섭고, 의료비는 늘고···폭염 취약계층 ‘67%’는 경제적 피해 겪었다

2025-08-14

노인과 장애인, 저소득층, 취약시설 거주자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은 폭염으로 인한 피해로 경제적 피해를 가장 크게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67.5%가 냉방비나 의료비 증가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고, 절반가량은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 기후위기의 피해 강도는 세지고, 빈도는 늘어나고 있어 이들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취약 계층, ‘생활고·사회적 고립·건강 악화·정보 소외’ 겪어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KACCC)가 지난해 기후위기 취약계층 23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 참조자료’를 14일 보면 기후 취약계층의 67.5%는 폭염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냉방비, 물가상승 등으로 생활비 부담이 늘고, 기후위기로 가축이 죽거나 농작물 피해를 입어 소득이나 자산에 타격을 입는 경우 등이 포함됐다. 온열·기저질환으로 인한 의료비용이 부담이 됐다는 응답도 21.5%에 달했다. 에어컨의 유무가 취약계층의 위험도를 나누는 절대적 기준이지만, 에어컨을 사기도 어렵고 있어도 전기세 걱정에 시원하게 틀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폭염 수준이 심각한 기후노출 취약지역에 거주하면서 경제적 취약성(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주거환경적 취약성(쪽방·반지하가구 거주자, 에어컨 미비가구 등) 중 1개 이상에 해당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이번 조사와 올해 진행 중인 실태조사를 토대로 올해 안에 기후취약계층 가이드 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폭염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은 전체 응답자의 49.3%가 경험했는데, 폭염 시 집에만 있게 된다(70.1%)와 사람을 만나기 싫어진다(70.8%)는 응답이 높았다. 특히 ‘폭염 시 집에만 있게 됨’은 영유아 가정(81.4%)과 1인가구(68.5%), 심·뇌혈관 질환자(68.2%)에서 높게 나타났다. 외출이 줄면서 사회 관계망을 단절시키고, 우울감이나 고독사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사회적 고립은 생존과 직결된다. 응답자의 24.8%는 폭염 위급상황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답했고, 1인 가구에서는 이 비율이 36.3%로 더 높았다.

폭염은 취약계층의 건강에도 타격을 줬다.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온열질환 경험은 전체의 8.5%였다. 옥외근로자(16.5%)와 영유아 가정(9.4%), 장애인(9.4%) 집단에서 온열질환 경험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취약계층, 폭염 문자 수신에서도 배제

재난 경보 등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도 역시 폭염 피해의 유형 중 하나다. 폭염 관련 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전체 11.0%였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면서 옥외근로자의 경우 26.7%가 폭염 정보를 받지 못했는데, 현장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 관리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노인’ ‘1인가구’ ‘심·뇌혈관 질환자’ 등 취약성은 서로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이 에어컨 없는 집에서 혼자사는 경우처럼 한 사람이 여러 취약성을 지닌 경우 기후로 인해 입는 피해는 더 커진다.

폭염을 견디기 위한 시설과 지원은 부족했다. 실내 무더위쉼터 이용 경험자는 30.5%에 그쳤다. 주로 경로당과 복지관을 이용했는데, 업무 공간이라 눈치가 보이고 타인과 소통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많았다.

공원과 정자·벤치 등 야외 폭염쉼터 이용 경험자는 48.7%였다. 불편한 점으로는 먼 거리(25.1%)와 별로 시원하지 않음(19.5%) 등을 꼽았다.

폭염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지원책으로는 냉방에너지 비용(에너지 바우처·39.8%)과 에어컨 등 폭염 물품(26.0%)을 원한다는 답이 많았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 수요는 단열공사(29.0%), 열차단 페인트(17.5%)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야외 폭염 대응 인프라는 시설형 그늘(48.7%), 나무 그늘과 녹지(36.9%)를 선호했다.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그룹 23명은 집단 인터뷰에서 “노인·1인가구·반지하 거주 등 복합적 취약 특성을 가진 대상을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특히 에어컨의 유무는 어떠한 지원보다 취약계층의 위험도를 나누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에어컨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야외노동자는 아니더라도 기후변화 피해에 민감한 급식실, 조리실 등 실내 고온환경 종사자도 기후변화 피해에 민감한 집단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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