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년 경찰의 ‘크라임 노트’
제 2화. 애틋한 그리움이 참담한 비극으로
아직은 꽃샘추위가 드문드문 기승을 벌이던 어느 해 봄 저녁.
평범할 줄 알았던 하루는 다급한 112 신고로 무너졌다.
발신지는 경기도 A시의 조용한 한 식당이었다. 사건을 접수하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식당 옆 바닥에는 피가 번져 있었고, 안쪽에는 한 남성이 쓰러져 있었다.
다수의 자창(刺創·칼에 찔린 상처), 피범벅이 된 옷. 누군가에게 ‘복수’라도 하듯 격렬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미 숨이 멎은 피해자는 50대 남성이었다.
현장은 치밀하지 않았다. 주변 목격자와 식당 관계자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누군가와 약속이 있어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현장에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즉시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
마지막에 통화한 인물 이모씨가 유력한 용의자였다.
늦은 저녁, 경찰서에 제 발로 찾아온 그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용의자는 피해자의 내연녀 아들이었다. 그는 불과 몇 시간 전 서울에서 자신의 친모 또한 살해하고 온 상태였다.
이용배(가명), 36세. 조사실에서 마주한 그는 말수가 적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진술은 꾸밈이 없었다. 어떤 핑계도, 변명도 없었다. 다만 삶이 그를 어떻게 짓밟았는지를 조용히 증언했다.
어릴 적, 용배는 부모님과 어린 동생과 함께 작은 단칸방에서 살았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모가 있고, 식구가 있었다. 평범하다고 믿었던 그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방과 후 친구들과 놀다 늦게 귀가한 용배는 낯선 장면을 마주했다. 문틈으로 목격한 건 어떤 남자의 웃음소리, 그리고 어머니의 실루엣이었다.
그 어린 가슴엔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자리 잡았고, 결국 아버지도 진실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