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월 27일까지 갤러리끼 파주에서 개최···박현기 〈무제〉 37년 만에 공개
갤러리끼(대표 이광기)가 주최하는 기획전 “안녕하세요, 노준의입니다”가 18일부터 갤러리끼 파주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사이에 제작되었으나 외부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주요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국 현대미술의 형성과 실험이 활발히 이뤄졌던 시기의 감각과 흐름을 다시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 오프닝 리셉션은 지난 19일 오후 3시에 갤러리끼 파주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노준의 토탈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김언호 한길사 이사장,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 관장, 원로 화백 하종현 부부 등 국내 예술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전시의 중심에는 박현기의 설치작품 〈무제〉(1988)가 놓여 있다. 나무 다듬이판 38개로 구성된 이 작품은 비디오 장치 없이도 '비디오적 감각'을 구현해낸 대표적인 사례로, 미디어를 사유의 장치로 접근한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해당 작품은 1988년 토탈미술관 장흥 전시 이후 37년 만에 외부에 처음 공개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한묵, 최명영, 김춘수, 제여란 등 국내 주요 작가들의 회화 작업이 함께 소개된다. 한묵의 〈붉은 동선〉(1976)은 강렬한 색면과 리듬감 있는 붓질을 통해 추상을 넘어선 감각의 세계를 펼치고, 최명영의 〈평면조건 8891〉(1988)은 반복 구조를 통해 평면회화의 본질을 묻는다. 김춘수의 〈수상한 혀 9527〉(1995)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사유를 시각화하며, 제여란의 〈습지〉(1989)는 밀도 높은 붓질을 통해 회화를 존재의 공간으로 확장한다.
전시에서는 또한 김구림, 조성묵, 박기옥 등의 작품을 통해 1960년대 이후 한국 실험미술의 흐름도 조망할 수 있다. 김구림은 설치, 영상, 사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예술의 개념을 끊임없이 실험해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보기 드문 소형 조각 작업을 선보인다. 조성묵의 '메신저' 시리즈는 버려진 의자를 감각적 오브제로 변환시켜 물성과 구조, 감정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광기 갤러리끼 대표는 “이번 전시는 조용히 창고에 머물러 있던 1970~90년대 주요 작품들이 다시 관객과 마주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긴 시간 바깥바람을 쐬지 못했던 작품들이 마치 소풍을 나온 듯 관람객과 특별한 만남을 이루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녕하세요, 노준의입니다” 전시는 오는 9월 27일까지 계속되며, 도슨트 프로그램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 11시, 오후 1시, 3시에 운영된다. 강연 등 연계 프로그램은 갤러리끼 인스타그램을 통해 순차적으로 안내될 예정이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