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만난 '아침편지', 전 세계인에게 희망·위로 전할 것”

2025-12-16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은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실 연설담당비서관이던 2001년부터 매일 아침 지인들에게 단문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평소 쓰던 딱딱하고 정형화된 문장이 아닌 말랑하고 자유로운 소재의 글로 수많은 구독자의 삶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올해 25년 차를 맞은 ‘아침편지’는 구독자만 400만 명에 달한다. 16일 충북 충주시 문성자연휴양림 내에 자리한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고 이사장은 “e메일이 소통의 핵심 도구이던 시절에 탄생한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변화시키려 한다”며 “AI 기술을 접목해 문화·문명을 이끌어갈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민과 사랑·이타심과 같은 감정들은 AI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며 “손편지처럼 인간의 온기가 생생하게 전해지는 ‘아침편지’의 수신처를 전 세계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침편지’는 고 이사장이 번아웃(피로증후군)을 겪으면서 시작했다. 대통령 연설문을 쓰던 중 갑자기 쓰러져 임사(臨死) 체험을 한 후 인생관이 바뀌었다는 그는 타의에 의해 강제 멈춤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잠깐 쉬어가자는 뜻에서 편지를 쓰게 됐다. 고 이사장은 “처음 메일 주소를 갖고 있던 언론사 선후배와 청와대 직원들 200명을 대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하루도 멈춤 없이 쓰게 됐다”고 회고했다.

다독가인 그는 첫 편지에 중국 작가 루쉰의 소설 ‘고향’의 한 구절을 인용해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합니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희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도 희망은 없습니다’고 썼다. 그의 편지를 읽은 구독자들은 삶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희망을 되찾았다거나 여러 차례 고시에 낙방한 뒤 재도전에 나서 합격한 사례,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났다는 등의 사연을 전해오기도 했다. 고 이사장은 “그동안 8000여 통의 편지를 써오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구독자들이 보내준 글에서 용기를 얻었다”며 “‘아침편지’는 어려운 순간마다 구독자들이 아닌 나 스스로 그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역경을 견뎌가면서 써온 글이 국민들에게 격려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죽는 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구독자들의 아침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고 이사장은 올해 초 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취지에서 ‘고도원의 아침편지 AI 챗봇’을 선보였다. 그는 “그동안 쌓인 동서고금의 명저에서 뽑은 문장들과 나만의 사유를 담은 아침편지 콘텐츠, 저서, 강연 내용 등을 학습해 상담·대화가 가능하게 했다”며 “다양한 언어로 ‘아침편지’ 속 따뜻한 위로와 지혜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해 ‘아침편지’를 글로벌화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고 이사장은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 경험이 있는 분야의 전문가, 제대로 된 지시어·명령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마치 우주선을 개발할 능력은 없어도 우주인은 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다”며 “‘아침편지’가 인류 최초로 달을 탐사한 닐 암스트롱처럼 최첨단의 언어를 전달하는 기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아침편지’의 글로벌화와 함께 인재 양성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아침편지’의 나비효과를 교육 분야에서도 일으켜보겠다는 구상이다. 휴양림 내에 자리한 재단 사무실은 2020년 9월 문을 연 국제형 대안학교 ‘꿈너머꿈 스콜라스(Beyond Dream Scholars·BDS)’의 캠퍼스이자 교실이기도 하다. 설립 초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폐교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올해 첫 졸업생 전원이 미국 명문대 장학생 입학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BDS는 나의 성공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한 이타적인 글로벌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한다”며 “좋은 인재들을 키워낼 수 있다는 희망, 그것이 AI 시대 아침편지의 미래”라고 전했다.

고 이사장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 ‘아침편지’가 여전히 국민들에게 위로와 격려·치유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며칠 뒤 발송될 예정인 편지 ‘주저앉고 싶을 때’의 내용을 미리 전했다. “때로는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더 나아갈 수 없는 절망의 시간 속에서 자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나비조차도 고치 속의 시간을 견뎌냈다는 사실을요.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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