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종의 좌절’, ‘실패 전문가’, ‘무언가 잡으려면, 무언가 놓칠 수밖에’. 작품 제목이 그렇다. 판화로 새기고 찍어낸 삶의 작은 모험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청년작가 김하윤이 오는 21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개인전 ‘모험담’(冒險談)을 연다. 그간 한국화를 기반으로 작업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판화라는 새로운 매체를 적극 활용한 신작과 근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수성목판화가 있다. 수성 안료를 직접 조색해 판 위에 올리고, 습을 머금은 한지 위에 손으로 압력을 가해 찍어내는 전통적 인쇄 방식이다. 번짐, 어긋남, 나무결의 흔적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매 인쇄과정에서 농도와 수분, 안료의 자리 이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판에서도 서로 다른 표정이 나타나는 단일성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이런 우연성을 회화의 서정성과 결합해 새로운 조형실험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모험담은 ‘험함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뜻하지만, 작가에게 모험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흔들림, 두려움, 기대와 같은 감정들을 받아들이며 하루를 건너가는 태도에 가깝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주한 감흥과 결실, 성찰의 순간들은 ‘열매’의 형상으로 시각화되며, 자연의 섭리 속에서 삶의 의미를 어떻게 발견하고 보존하는지를 질문한다.

김하윤 작가는 “자연으로부터의 감흥을 내면화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결국 나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며 “그 작은 흔적들이 누군가의 또 다른 모험담과 자연스레 닿을 수 있다면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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