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페스타"…차별화 사라진 K뷰티 행사 [기자의 눈]

2025-09-11

올리브영·쿠팡·컬리·무신사·지그재그·SSG닷컴. 모두 올해 ‘뷰티 페스타’를 열었거나 개최를 앞둔 온라인 플랫폼이다. 뷰티 페스타를 연 업체가 올해만 최소 6곳에 달한다.

K뷰티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최근 온라인 플랫폼들은 앞다퉈 뷰티 페스타를 열고 있다. 단순한 세일이나 프로모션에 그치지 않고 ‘축제’라는 이름을 내걸어 소비자 체험과 브랜드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다. 온라인에 머물던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옮겨 고객과의 접점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이를 위해 플랫폼들은 서울 도심 알짜 부지에 1020세대들이 사진 찍기 좋은 무대를 설치하고 굿즈를 선보이는 한편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주목도를 높인다. 그 결과 뷰티 페스타 내 체험 부스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발길을 들이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효과는 즉각적이다. 팝업스토어와 할인 행사가 결합되면서 거래액은 행사 기간에 최대 3~4배 늘어나고 신생 뷰티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이름을 알리는 기회를 얻는다.

문제는 난립이다. 플랫폼마다 차별화를 강조하지만 막상 행사장을 찾으면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백 평 규모 공간에 브랜드 부스가 늘어서고 방문객은 인스타그램 팔로우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추가 같은 절차를 거친 뒤 제품 설명을 듣는다. 이어 인증샷을 올리면 무료 샘플이나 본품을 받는 구조다. 샘플 증정, 할인 쿠폰, 경품 이벤트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마케팅 방식을 ‘페스타’라는 포장지로 감쌌을 뿐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디를 가도 반복되는 유사한 이벤트로 느껴진다.

이처럼 페스타가 비슷한 형태로 양산될수록 행사 본연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브랜드와 플랫폼의 개성도 흐려진다. 결국 고객들에게 남는 것은 ‘무료 화장품을 얼마나 챙겼는가’ 정도일 뿐이다. K뷰티 인기를 발판 삼아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시도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대로는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제는 비슷비슷한 부스를 늘어놓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과열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에 남는 경험’이다.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안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뷰티 페스타가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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