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요즘 뜨는 먹거리와 패션, 뷰티템부터 핫한 브랜드 스토리, 숨겨진 유통가 뒷얘기까지 ‘송이라의 트렌드쏙쏙’에서 만나보세요!
K푸드, K뷰티, K팝…요즘은 K가 붙은 모든 것들이 세계적으로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친구들조차 라디오를 틀면 블랙핑크 노래가 나오고, 어린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케이팝데몬헌터스의 ‘골든’을 떼창한다며 한국인인 게 이토록 자랑스러운 적이 없다는 말도 들려옵니다.
저 또한 최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달 다녀온 몽골 출장에서였는데요. 이전까지 몽골은 제게 가깝고도 먼 나라였습니다. 그간 한 번도 몽골이라는 나라에 대해 제대로 관찰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도 울란바토르 거리마다 한국 편의점인 CU와 GS25가 위치해있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한국에서 취재온 기자”라고 저를 소개하니 대부분이 서툴지만 한국어로 답변해줄 만큼 K컬처에 익숙했습니다. (나중에는 당당하게 한국어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미국인들이 타국에서도 거리낌 없이 영어로 질문하는 게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이같은 인기에 K편의점은 몽골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2018년 국내 편의점 중 가장 먼저 몽골에 진출한 CU는 최근 500호 점포를 달성했고 2021년 후발주자로 뛰어든 GS25도 그 뒤를 바짝 추격 중입니다. CU의 몽골 현지 파트너사 ‘프리미엄넥서스’와 GS25가 현지 파트너사와 조성한 합작법인(JV) ‘디지털콘셉트’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3441억 9700만 원으로 2021년(417억 8600만 원) 대비 724% 급증했습니다. 국내 편의점이 성장 둔화세에 직면한 것과 대조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사흘간 10여 개의 K편의점 점포들을 둘러본 결과 국내 편의점에서는 볼 수 없는 몽골 K편의점 만의 특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트렌드쏙쏙에서는 한국의 K편의점들이 몽골에서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다양한 전략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①RAMEN 대신 RAMYUN

몽골에는 일본의 ‘라멘’ 대신 ‘라면’이 있습니다. 라면이 어느 나라 음식인지를 두고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북미권에서는 라면은 일본 대표 음식으로 통합니다. 최근 몇년새 한국의 불닭볶음면의 세계적인 인기로 K라면의 위상이 올라오긴 했어도 여전히 ‘라면’이 아닌 ‘라멘’으로 발음하는 세계인들이 지배적이지요.
하지만 몽골인들은 라면을 확실한 K푸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간판조차 ‘RAMYUN’으로 표기한 걸 보니 묘한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몽골 내 K라면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CU와 GS25는 각각 라면특화점포를 조성해 한강라면기계를 마련하는 등 K라면의 맛을 현지인들에게 체험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라면에 넣어 먹는 치즈, 소시지 등 토핑들도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있습니다. 몽골은 라면을 유해식품으로 취급하고 만 16세 이상에만 팔도록 제한하고 있는데도 불티나게 팔리는 셈입니다.
현지에서 만난 직장인 바트쳉겔 씨는 “일주일에 네댓 번은 편의점에 방문한다”며 “주로 라면과 꼬치류를 즐겨 먹는다”고 전했습니다. 이같은 K라면의 인기에 CU는 삼약식품과 협업해 현지인 입맛에 맞는 올초 불닭김밥과 삼각김밥, 컵밥 등 4종의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들입니다.
라면 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산이 아닌 제품들에도 용기에 한국어가 표기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현지 관계자는 “과거 우리가 미제나 일제를 선호했던 것처럼 지금 몽골에서는 한국산이라고 하면 고품질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일부 국가는 일부러 제품에 전략적으로 한국어를 표기해 판매한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한국 불닭 제품들보다는 훨~씬 안맵습니다.)


②가장 잘 팔리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아닌 ‘이것’

한국에서는 커피를 사먹을 곳이 지천에 널려있지만, 몽골은 카페 문화가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직장인들이 유일하게 가볍게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편의점인 셈입니다. 실제 제가 방문한 대부분의 K편의점에는 커피 존이 매장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조성돼 있었습니다. GS25는 아예 커피 전문 점포를 조성해 한국의 일반 카페같은 인테리어와 공간을 마련해놓기도 했습니다. 작은 매장이라도 커피머신은 최소 3대 이상을 갖추고 실제 방문객들은 커피를 애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편의점 커피의 절대비중이 아메리카노라면 몽골은 라테의 비중이 훨씬 높다는 점입니다. 국내에는 라테 기계가 없는 매장이 대부분인 것과 다른 모습입니다. 몽골CU에 따르면, 카페 메뉴 중 1위는 바닐라라테고요. 2위는 일반라테, 3위가 아메리카노입니다. 유목민의 특성이 커피 선호도에서도 드러나는 것이지요. 라테에 타서 먹는 달달한 맛의 파우더를 추가하면 2200원이면 바닐라라테를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1월 평균 기온이 -21.6도에 달할 정도로 추운 도시인 만큼 아이스보다 따뜻한 커피가 더 잘팔립니다. 커피 뿐만 아니라 주류를 포함한 여러 음료가 냉장보관이 아닌 실온 보관 상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지근한 맥주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저로서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③편의점에서 화장실가고 공부한다?


몽골의 CU와 GS25 대부분 매장에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게중에는 호텔급의 고급 화장실 인테리어를 갖춰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 정권이 들어서고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울란바토르는 빠르게 인구가 유입됐는데요. 당초 50만 명 정도의 계획도시로 구상했던 울란바토르는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인구가 불어나면서 현재 약 15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몽골 전체 인구가 약 35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수도에 집중돼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어났지만, 공공 인프라는 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이에 국내 편의점들은 몽골에 점포를 늘리면서 화장실을 설치하고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시민들의 공공 인프라를 자처하면서 이왕 들어와서 급한 볼일을 봤으니 고마운 마음에 뭐라도 하나 사서 나가게 하자는 전략을 짠 것이지요. 실제 몽골 시민들은 ‘편의점=화장실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매장은 공공보건 목적의 혈압 측정기도 설치돼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K편의점은 다양한 콘셉트로 현지화 점포를 조성하려고 구상 중입니다. 몽골은 중위연령이 28세 수준으로 낮고 35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외식문화가 아직 발달하지 않아 일반 음식점이 적고 있어도 매우 비쌉니다. 국내에서는 10~20대가 자주 가는 스터디카페나 멀티룸 등 레저, 문화생활공간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에 GS25는 편의점 공간을 활용해 젊은 고객들의 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몽골 GS25 관계자는 “한국과 달리 몽골은 외식 문화가 아직 발달하지 않아 편의점의 식품 판매 비중이 한국보다 높다”며 “편의점 공간을 나눠 푸드코트로 만들고 스터디카페로 꾸미는 등 기존과 다른 집객요인을 공략하는 매장을 오픈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K편의점이 몽골에서 시도하는 새로운 점포가 또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