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음대로 하라 해라"…관세전쟁 속 중국이 웃는 이유

2025-08-04

미국이 구축해 온 대(對)중국 포위망이 흔들리고 있다. 7일 발효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벌인 상호 관세 위협에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글로벌사우스(남반구 중심 개발도상국) 지역 국가들이 미국 대신 중국과 외교·경제적 협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트럼프가 자국의 국제 위상을 대신 올려주고 있다는 환호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에서 외교 강화를 통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힘썼다. 중국에 대해선 반도체 등에서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반면 뒤를 이은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과 우방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프리카·동남아 “미국 대신 중국”

미국에서 중국으로 마음이 흔들리는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위협 여파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향한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시장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가별로 15~30%의 상호관세를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부과 받은 아프리카가 대표적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레소토 등에선 관세가 예정대로 부과될 경우 의류와 과일, 자동차 등의 미국 수출 길이 사실상 막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중국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웨데 만타셰 남아공 자원부 장관은 최근 “미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는 대체 시장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했다. CNN은 “아프리카가 트럼프 관세란 현실에 적응하면 중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아프리카와 오래 교류해 온 중국은 이들 국가에 생명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역시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관세 부과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이끌리는 중이다. 중국의 미국 수출 우회로로 지목됐던 동남아는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트럼프로부터 각각 19~20%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여기에 타국에서 출발해 동남아에서 환적된 대미 수출품에 대해선 추가 관세를 내야 한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중국의 동남아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외교전문 잡지 포린어페어스는 “미국이 동남아에서 경제적으로 손을 떼는 것이 분명해진다면, 이들 국가는 절박함 속에 중국에 압도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와의 ‘브로맨스’를 내세웠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 역시 지난달 30일 미국으로부터 25% 관세 통보를 받고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라”는 트럼프의 경고에도 인도는 “정책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중국의 해양 팽창과 일대일로 전략을 저지하는 핵심 역할을 맡은 인도와의 관계 불화는 미국엔 불안 요소다.

中 “트럼프, 미국판 고르바초프”

중국 내에선 어부지리에 내심 웃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의 최근 외교 전략은 ‘트럼프가 마음대로 요리하도록 두는 것(Let Trump cook)’” 이라며 “중국은 트럼프가 무역 전쟁을 벌이며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중국 내부에서 ‘스피커’ 역할을 해온 인사들은 이런 인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전 편집장은 최근 SNS에 “미국의 반중 이념 요새가 내부에서 무너진 것이 보여 기쁘다”고 적었다. 가오즈카이 중국 세계화싱크탱크(CCG) 부주임은 “트럼프는 개혁 개방으로 소련 붕괴를 촉발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처럼 미국을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질서 수호자” 자처하는 시진핑

트럼프의 극단적 자국 우선주의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국제질서의 수호자로 자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WP는 “미국의 변화는 시진핑이 만든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 비전을 강화할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시진핑이 지난 2021년 9월 제76차 유엔총회에서 밝힌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와 2022년 4월과 2023년 3월 각각 공개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글로벌 문명이니셔티브(GCI) 제안을 말한다. 국제사회가 빈곤, 산업화, 식량안보 등에서 협력을 확대하자는 게 골자다. 유엔이 추구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내걸고 중국이 국제사회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 노선이 미국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주면서 중국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 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4월 25개국 3만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15개국에서 중국에 대해 호의적 시각을 가진 응답자 비율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미국 결별 어렵다” 시각도

미·중 영향력 싸움이 중국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란 반론도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중국의 고질적인 과잉 생산 문제와 대만·필리핀 등과의 안보 갈등 등을 고려하면, 세계 각국이 미국과 완전 결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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