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법적 근거가 될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3일(현지시간) 미 의회를 최종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에서 진행된 미국 독립 250주년 축하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 행사에서 자신을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을 이끈 조지 워싱턴과 노예 해방을 선언한 에이브러햄 링컨에 비유하며 “법안이 통과된 것은 경이적인 승리(phenomenal victory)”라고 자축했다. 법안 통과에 대한 부담을 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내일(4일)부터 관세 통보 서한을 보내겠다”며 관세 협상을 생략한 일방 통보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독립기념일에 서명식…“최고 생일 선물”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해당 법안 통과의 마지노선을 4일 독립기념일로 정해놓고 의회를 압박했다. 이날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자 그는 “독립기념일 오후 5시에 백악관에서 서명식을 할 예정”이라며 “서명식 때 F-22·F-35 (스텔스) 전투기가 백악관 위를 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법안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감면과 (연방 정부) 지출 삭감, 국경 보안 투자가 포함됐다”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법안으로, 미국을 로켓처럼 빠르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독립 250주년을 맞이해 이날 아이오와에서 250주년 기념식의 출정식 성격으로 열린 행사에선 “이보다 미국에 더 좋은 생일 선물은 없다”며 “국가 쇠퇴로부터의 독립선언, 과도한 세금으로부터의 독립, 급진 좌파와 관료주의로부터의 독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익명의 상대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당신(트럼프)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기록될 것이고 워싱턴보다 낫고, 링컨보다도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트럼프에 관해 쓴 글로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마가 프로젝트의 법제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독립은 ‘세계의 경찰’이자 ‘민주 진영의 맹주’ 역할을 했던 미국의 전통적 역할과 차별화된 본인의 대선 구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프로젝트 실현을 위한 법제화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통과된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구체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에는 집권 1기 때인 2017년 시행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던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 및 자녀 세액 공제 확대 등 각종 감세 조치를 영구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선 공약인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면세 내용도 들어갔다. 감세 규모는 10년에 걸쳐 4조5000억 달러(약 61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핵심 국정 의제인 불법 이민자 단속과 국경 장벽 건설, 구금 시설 확대 등에 175억 달러(약 24조원)의 예산을 쓸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5조 달러(약 6775조원)로 상향했고, 메디케이드(취약계층 대상의 의료보조),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예산을 대폭 줄였다. 또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폐지,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등 ‘바이든 지우기’ 작업도 사실상 법제화했다.

이탈표에도…트럼프의 ‘의회 장악력’ 확인
법안의 통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장악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의회 권력이 마가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통제하에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상원의 표결 때 공화당에선 3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100명의 상원의원 중 53명을 점유한 공화당에서 3명이 법안에 반대하면서 표결은 50명 대 50명 동률이 됐고, JD 벤스 부통령이 상원의원 자격으로 ‘타이 브레이커’ 역할에 나서며 가까스로 가결됐다.
하원은 220명의 공화당이 212명의 민주당을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의석수에서 앞섰지만, 당내 반대 의견이 표출되며 최종 표결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지난 2일 밤 절차표결 때만 해도 공화당 내 반대는 5명, 투표 유보 의견은 8명에 달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여당 지도부는 8시간 45분에 달했던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역대 최장 반대 연설 기간 반대파들을 설득했고, 결국 실제 표결에선 이탈표를 2명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앞서 상원 투표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토머스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포화를 받은 끝에 내년 중간선거에 불출마한다는 선언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후임에 “라라 트럼프가 내 1순위 옵션”이라고 밝혔다. 라라는 트럼프의 둘째 며느리다.
“당장 10~12건 서한”…20~30%→60~70%?
염원했던 법안 통과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향해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호관세에 대해서도 속도를 냈다.
그는 이날 오후 아이오와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우리는 내일(4일)부터 서한을 하루에 10개국씩 여러 나라에 보낼 것”이라며 “(서한에는) 당신은 20%나 25%, 30%의 관세를 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오와 행사를 마친 뒤에는 “내일부터 10~12건의 서한이 발송돼 9일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서한의 발송 시점은 “내일 오후 12시 10분경”이라고 했고, 발효 시점에 대해선 “8월 1일부터 (관세가) 미국으로 입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각국에 적용될 관세율과 관련 “60~70%에서 10~20%까지 다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반나절 만에 최고 30%라던 관세율을 70%까지 대폭 상향할 가능성을 시사한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관세 협상에 대해 “8일까지 끝낼 수 있는지도 확언하기 어렵다”며 “(한·미) 쌍방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그야말로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아직도 쌍방이 정확히 뭘 원하는지가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속도를 내자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면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2~27일 방미에 이은 추가 방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