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 토론회
“라이더 사망사고, 중처법상 중대재해 인정을”

노동계가 배달 라이더들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라이더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는 플랫폼사의 알고리즘을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라이더들이 겪는 사고를 교통사고로 치부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은 5일 국회에서 ‘배달노동자 생명 안전·운임 안정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달노동자 산재 사망자 수를 보면, 2019년 49명에서 지난해 87명으로 5년만에 두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16명의 배달 라이더가 산재로 숨졌다.
노동계는 플랫폼사의 알고리즘이 라이더 산재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라이더가 배달 완료 예상 시간 내에 배달하지 않으면 배달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다른 라이더에게 배정할지 등을 묻는 문자를 자동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문자를 받으면 라이더들은 주행 중에도 앱을 켜고 답을 해야 한다. 추가 인센티브를 핑계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도 알고리즘에 포함된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플랫폼 기업이 온갖 알고리즘을 동원해 라이더의 도로 위 행동 패턴을 통제하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운전 관련 요인 외에 알고리즘 요인은 거의 무시되거나 간과돼 왔다”며 “알고리즘에 대해 철저한 근로감독과 산업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책임자는 “유럽연합(EU) 등에선 알고리즘이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미치는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알고리즘 감독을 위한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조는 위험한 프로모션을 제한하기 위해 라이더 기본 운임을 인상하고 적정보수제나 최저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은 기본 운임을 3000원에서 2500원으로 삭감해놓고 각종 리워드 미션을 진행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지난 7월 폭염 상황에서 4일간 최대 260건을 배달하면 최대 30만원을 주겠다는 미션을 시행하며 과로사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라이더유니온이 지난달 21~25일 라이더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1.2%가 “배달료 할증 프로모션이 과속을 유발한다”고 했다. 66.4%는 “프로모션 등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을 자주 겪었다”고 답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프로모션을 달성해야만 생계비를 벌 수 있어 과속, 과로를 하게 된다”며 “최저보수제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라이더 산재 사망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오 책임자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노무제공자를 모두 포함한다”며 현행법상으로도 중대재해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산업안전보건법과 함께 생활물류서비스법이 포함되는데, 생활물류서비스법을 보면 ‘과로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휴식시간·공간을 제공할 것’ ‘기상 악화로 종사자 활동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 등이 규정돼 있다”며 “플랫폼사가 이것들을 충분히 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나”라고 했다. 생활물류서비스법 조항만으로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뿐 아니라 노조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박윤경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기준과장은 “배달종사자 최소보수제나 산업안전에 대해 실태조사를 추진하려 한다”며 “노동부는 올해 하반기에 ‘일터 권리 보장 기본법’ 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진 쿠팡이츠서비스 상무와 박승선 우아한형제 라이더정책실장은 ‘라이더 안전을 위해 선제적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등 원론적으로 답변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