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LG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는 6회말 한화 공격까지 깔끔하게 막은 뒤 코칭스태프에 “힘이 빠졌다”고 말했다. LG 벤치는 애초에 톨허스트에게 최대 6이닝 투구를 기대했다. 톨허스트는 6회까지 팀에 3-1를 안기며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톨허스트에게 다음 한 이닝을 더 부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톨허스트에게 무릎을 꿓었다고 한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리드한 LG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1승만 남겨둔 상태였다. 염 감독은 경기 중반까지 리드를 유지한 이날 한국시리즈 정상 복귀를 확정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필승조도 준비시켰지만, 톨허스트의 구위가 더 좋다고 판단했다.
염 감독은 우승 직후 “톨허스트에게 (남은 시리즈에서)더 이상 쓰지 않겠다, 불펜 투수들 보다 네 구위가 좋다고 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한 이닝을 더 던져달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톨허스트가)투수 코치를 통해 못 던진다고 해서 사정했는데, 톨허스트가 웃으면서 선뜻 던지겠다고 말해줘서 너무 좋았다“고 털어놨다.
톨허스트는 이날 초반 제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한화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1-0으로 리드한 2회말 선두 타자 노시환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것이 빌미가 돼 동점을 허용했지만, 1사 만루에서 1실점으로 잘 막았다.
3회에도 손아섭에게 안타, 루이스 리베라토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에 몰리고도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톨허스트는 이후 완벽하게 자기 흐름을 찾았다. 세 이닝을 연속 삼자범퇴로 막았다. 6회를 마무리했을 때 투구수는 81개에 불과했다.

염 감독은 당시를 복기하며 “다른 불펜 투수 보다 톨허스트가 한 이닝을 더 막아줄 확률이 높다고 봤다. 애초에 투구수가 90개가 넘으면 바꿀 생각이었는데, 투구수도 적었다. 만약 90개를 넘긴 상황이라도 무릎을 꿇어볼 생각이었다”며 유쾌하게 말했다.
염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 톨허스트는 7회에는 선두 타자 채은성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후속 타자 하주석을 병살타로 요리했고, 최재훈까지 삼진으로 정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도 크게 두각을 보이지 않았던 톨허스트지만, LG에서는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 된 복덩이다. 톨허스트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부진으로 인한 교체 외국인 선수로 8월 합류했다. 그리고 정규시즌 8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2패 평균자책 2.86의 놀라운 활약으로 LG의 후반기 대도약에 힘을 보탰다.
LG를 한국시리즈 직행으로 이끈 톨허스트는 한국시리즈에서도 팀의 에이스로 듬직한 활약을 펼쳤다. 1차전 선발로 6이닝 7피안타 7탈삼진 2실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이날 5차전 등판에서도 7이닝을 1실점으로 막는 호투로 한국시리즈에서만 2승째를 따냈다.

톨허스트는 “감독님이 ‘더 던져달라’고 말했을 때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마운드에 내려놓고 오겠다’고 말했다. 7회에 약간의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그걸 극복하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닝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 모든 코치와 선수들이 내게 ‘자랑스럽다’고 말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톨허스트 선수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순간이었다. 톨허스트는 “오늘 전까지는 제가 1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 오늘은 그 순간을 넘어섰다. 이런 기쁜 순간은 없을 것 같다”며 감격을 표현했다. 톨허스트는 이어 “이번 우승은 사실 올해 제 계획엔 없었던 여정”이라며 “너무 좋은 팀에 합류했고, 이렇게 좋은 성적 낼 수 있는 부분에 너무 감사하다. 좋은 팀과 좋은 동료를 만난 것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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