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설계자동화(EDA) 기업들의 중국 매출 비중이 대폭 축소됐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기술을 수출 통제한 영향으로, 반도체 제조 장비에 이어 설계 소프트웨어(SW)까지 미·중 갈등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EDA 업계 1위인 미국 시높시스의 2025년 회계연도 2분기(2~4월) 중국 매출 비중이 9.81%를 기록했다. 2021년 1분기 시높시스가 중국 매출 규모를 공개한 이후 10% 아래로 내려온 건 이번 분기가 처음이다. 전년 같은 기간 15% 이상을 차지했던 것과 견줘서도 급감했다.
EDA 2위 미국 케이던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케이던스 2025년 회계연도 1분기(1~3월) 중국 매출 비중은 11%로, 2019년 4분기(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EDA 업계의 중국 비중 축소는 미국 첨단 반도체 기술의 중국 수출이 통제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첨단 반도체 기술의 대(對) 중국 수출 규제를 본격화했는데, 이 때 3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를 위한 EDA 소프트웨어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같은 규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DA는 컴퓨터를 이용, 반도체 회로를 설계할 때 쓰는 소프트웨어 툴이다. 반도체 개발의 첫 단계로 미국 시높시스와 케이던스, 독일 지멘스EDA가 시장을 장악 중이다. 중국에서도 영향력이 매우 크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작년 시높시스·케이던스·지멘스EDA 등 3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82%에 달한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미국 EDA 기업의 핵심 수요 국가였지만, 미·중 갈등으로 판도가 바뀌게 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 수출을 제한한 반도체 장비 시장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과 동맹국 내 기업이 주류인 세계 5대 반도체 장비사(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SML·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TEL·KLA)의 올 1분기 중국 매출 비중은 28%로, 전년 동기 45% 대비 대폭 줄어든 바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EDA의 중국 판매를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미국 EDA 기업들의 중국 매출 비중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 시장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시높시스 경우 2분기 한국 매출 비중은 16.5%를 차지했다. 시장이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갈 경우, 시높시스의 한국 매출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중국을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회계연도 2024년 기준으로 중국 매출 비중은 16.15%, 한국은 12.62%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로 EDA 업계도 큰 수요 시장인 중국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반도체 장비처럼 중국이 EDA도 자체 개발, 독자 노선을 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