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車보험…한방 진료 70%가 ‘고가 세트치료’

2025-05-06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고가의 ‘한방 세트치료’를 받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세트치료는 6개 이상의 진료를 하루에 몰아서 받는 것으로 보험금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방 병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심사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손해보험 4개사(삼성화재(000810)·DB손해보험(005830)·KB손해보험·현대해상(001450))에서 지난해 자동차 사고로 나간 한방 통원 진료비의 약 70%가 세트치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동차 사고 한방 진료비가 총 7851억 원이었는데 이 중 세트청구가 5353억 원(68.2%)에 달했다.

2020년만 해도 전체 한방 진료비 중 세트청구의 비중(47.5%)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자동차 사고 후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한방 치료를 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2021년 52.4% △2022년 60.1% △2023년 66.1% 등으로 매년 비중이 급증했다. 관련 금액 역시 2020년 2506억 원에서 지난해 5353억 원으로 2배 이상(2847억 원) 늘었는데 이는 전체 한방 진료비(2580억 원) 증가액보다 많다.

특히 세트치료의 경우 경증 환자가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손보 4개사에 따르면 한방 병·의원의 지난해 경증(12~14급) 환자의 세트청구 진료비 비중이 69.7%에 달했다. 반면 중증(9~11급) 환자는 58%였다. 사고 규모가 크고 다친 정도가 심할 때 여러 진료를 한번에 받는 게 정상인데 지금은 경증 환자들의 상당수가 사실상 불필요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한방 치료가 일반 의원보다 치료비가 비싸다는 점이다. 차 사고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요추의 염좌 및 긴장이라는 경증 진단을 받은 A보험사 경증 환자는 일반 의원에서 치료비로 5만 6730원이 나갔다. 해당 의원에서는 △초진진찰 △표층열치료 △심층열치료 △경피적 전기신경자극치료 △영상진단·방사선 등 총 5가지의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같은 증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한방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22만 2850원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초진진찰 △경혈침술 △약침술 △투자법침술 △침전기자극술 △뜸 △부항 △온냉경락요법 △한방첩약 등 관련 항목만 총 13개에 달한다. 치료 항목은 두 배 이상, 비용은 4배 가까이 더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 보험 한방 진료비는 매년 급증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손보사의 한방 치료비는 2023년 1조 4888억 원으로 8년 연속 증가했다. 같은 해 양방 진료비는 1조 727억 원이었다. 전체 진료비에서 한방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3%에서 2023년 58.1%로 급증했다.

그 결과 차 보험 손해율 역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손보 4개사의 차 보험 손해율은 올해 1분기 82.5%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80%를 넘은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도한 한방 진료로 보험청구액이 올라가면 손해율이 상승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차 사고를 내지 않은 선량한 가입자만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월 경상 환자에 대해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차 보험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한방 과잉 진료를 잡지 못하면 소비자의 자동차 보험료 부담 증가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 보험 진료비를 심사하는 심평원이 세트청구 진료항목에 대한 의료기관 모니터링을 대대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차 보험 진료 수가를 양방처럼 명확화해야 한방 과잉 진료를 막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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