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사용자 측을 빼고 ‘노정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기업은 배제하고 노동계와 정부만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노동정책을 논의하자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노동 개혁을 공언했는데 사용자를 뺀 노조·정부만으로 내려진 어떤 노동 개혁안도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사실상 노동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비판을 살 만하다. 집단 이기주의를 앞세운 민주노총도 상식 밖이지만 이를 수용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행태는 더 무책임하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노정 간 불신이 있다는 민주노총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노정협의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9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만나 “불평등, 노동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노정교섭을 제안한다”고 밝힌 데 대한 화답의 성격도 띤다. 노동계와 정부 실무자들은 벌써 의제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한다. 노사 관계가 균형을 잃고 노동계 쪽으로 더 기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용자를 배제한 채 정부와 노조가 일방적으로 노동정책을 정하고 입법화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친노동정책과 법안이 양산돼 노사 갈등이 커지고 노노 마찰을 유발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1999년 노사정위원회(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탈퇴해 복귀하지도 않은 민주노총은 올해 9월 집권 여당 주도의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해 노란봉투법 처리를 이뤄냈다. 내친 김에 주4.5일 근무제,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 같은 친노동 법안들까지 여당과 합세해 밀어붙일 태세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여당이 민주노총의 사무실 보증금 지원에 55억 원, 한국노총의 시설 수리에 55억 원 등 110억 원의 ‘쪽지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6대 구조 개혁의 하나로 표방한 노동 개혁은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당정이 근로자의 12%만 대변하는 양대 노총에 편향된 정책과 법안을 양산한다면 개혁은 고사하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대선 청구서 성격이 짙은 ‘노정협의체’ 구상은 백지화하는 게 마땅하다.

![[기자수첩] 대화 권하는 사회?](https://img.newspim.com/news/2024/05/08/240508161507374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