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파워맨 47인
지금, 트럼프 2.0시대에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어떤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이끌고, 세계 경제와 안보 지형을 새로 그리고 있을까요.
트럼프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듯 보이지만, 늘 상황을 살피고 참모들 말을 경청하는 태도로도 유명합니다. 행정부 안팎에서 트럼프와 그가 펼치는 정책에 영향을 주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짚어드립니다.
지난해 트럼프와 공화당에 선거자금 1만 달러(약 1400만원) 이상을 기부한 미국인은 1만1300여 명입니다.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개인과 기업은 1100여 곳이고요. 인공지능(AI) 도구를 이용해 고액 기부자 명단과 트럼프가 지명한 고위 공직자 850여명 명단, 주요 싱크탱크 보고서와 미디어를 다각도로 분석해 미국 47대 대통령을 둘러싼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47인을 추렸습니다.

“아버지, 최근 몇 번 함께 외출했을 때 나는 우리가 같은 성을 쓴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어요. ”
1992년, 30대 딸이 60대 아버지에게 쓴 편지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존경할 수 없게 된 슬픔을 담아 치료를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장녀의 편지를 읽은 아버지는 중독을 끊어내기로 결심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알코올 중독을 이겨냈고, 20여 년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된 수지 서머롤 와일스(68)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출신의 유명 스포츠방송인이었던 아버지 팻 서머롤(1930~2013년) 얘기다.
와일스는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오벌오피스 문고리를 쥐고 트럼프가 알아야 할 정보, 만나야 할 사람, 해야 할 일을 분류하고 판단한다. 백악관 ‘경영’뿐 아니라 트럼프 2기 정책 전반을 다루는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여성”(트럼프 표현), “미국 내 두 번째 권력자”로 불린다.
와일스는 자신의 역할을 “기차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게 하고,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며 몸을 낮추지만, 트럼프를 상대하려면 와일스를 통하는 게 상책이라는 게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와일스 비서실장을 만나 특검의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는 게 한국 측 설명이었다.
충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강한 개성의 트럼프를 맞닥뜨려야 하는 세계 지도자들은 와일스를 쳐다본다. 살아있는 전직 백악관 비서실장 17명을 인터뷰한 작가 크리스 위플은 "비서실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대통령이 듣기 싫은 말 하기"라고 말한다. 와일스는 누구도 트럼프에게 하지 못한 말, '2020년 대선은 도둑맞은 게 아니라 진 것'이라고 면전에서 말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제멋대로인 트럼프에게 감히 ‘사실’과 ‘질서’를 말할 수 있는 와일스의 비기는 뭘까.

2015년 첫 만남, 하마터면 잘릴 뻔
트럼프가 첫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2015년 늦여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와 와일스가 만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인 브라이언 발라드가 만남을 주선했다. 와일스를 선거 캠프에 들일지를 결정하기 위한 면접이었다. 와일스는 트럼프에서 가능성을 봤다. 만남 후 지인들에게 “그에게서 뭔가를 봤다” “다음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