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면 일기
소피 퓌자스, 니콜라 말레 지음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1929년 7월 30일. 우리는 거리낌 없이 애정을 표현하며 생제르맹대로와 강둑을 따라 앵발리드까지 그리고 내 집까지 왔다.
1930년 6월 9일. 그 이후부터 나는 내내 다시 열정적으로 행복했다. 우리의 산책, 우리의 대화, 내 마음에 그토록 감미로웠던 그의 애정 표현, 사랑하는 그의 손 위로 떨어진 사랑의 눈물, 사랑해 마지않는 그의 얼굴에 쏟아부은 그렇게 많은 키스, 그렇게 많은 신뢰와 평온.”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의 내면세계를 담은 일기다. 연인인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를 만나고 나서 보부아르가 어떻게 달라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진솔하게 고백한 글이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소피 퓌자스와 문학박사이자 고서점 운영자 니콜라 말레가 펴낸 『내면 일기』는 보부아르 외에 소설가, 화가, 철학자 등 87명의 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마리 퀴리, 롤랑 바르트, 쇠렌 키르케고르, 프란츠 카프카,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앙드레 지드, 알프레드 드레퓌스, 토마스 만, 스탕달, 빅토르 위고 등의 사적 생활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들의 사랑과 삶의 위기, 고독과 자기성찰, 일상 예찬과 탐험 등 ‘자기 검열’ 없는 고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는 일기 내용뿐만 아니라 육필의 필체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알려주는 스케치 등이 담긴 일기 원본이 실려 있다.
타히티로 간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은 1891년 7월 일기에서 “테하마나는 점점 더 자신을 내주었고, 온순하고 사랑스러웠으며, 타히티의 ‘노아 노아’는 모든 것을 향기롭게 했다”고 적었다. 테하마나는 고갱이 타히티에서 결혼한 원주민 여성인데 고갱의 작품 ‘유령이 그녀를 지켜본다’ 등의 모델이었다. 훗날 고갱이 출간한 일기 『노아 노아』는 많은 화가와 작가에 영향을 미쳤다.
보부아르나 고갱 같은 인물의 개인적 비밀의 세계가 펼쳐진 일기를 대놓고 볼 수 있는 특권을 이 책 한 권으로 누릴 수 있다. 타인의 내면을 거울로 삼아 나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