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미동맹,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2025-11-10

전인범 군사안보전문가·전 특전사령관

57차 한미 SCM과 군사동맹 미래 진단

'수혜자–보호자', '공동 설계자'로 발전

美 신뢰 위 세워진 동맹의 새로운 표준

무기보단 사람·신념·리더십에 더 투자

전작권 본질, 통제 아닌 신뢰·준비태세

한미동맹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70년간 한반도의 평화를 지탱해 온 이 동맹은 이제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공동억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는 전시 작전통제권(OPCON) 전환과 동맹 현대화를 중심으로 한미 양국이 어떻게 미래 안보 구도를 재조정할지 그 방향을 제시했다.

◆작전통제권 의미

전시 작전통제권(OPCON)은 단순한 전시 지휘권 논쟁이 아니라 동맹의 효율성과 상호 신뢰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작전통제권이란 한 지휘관이 부대의 운용과 임무 수행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하지만 인사나 행정권은 포함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불을 끄기 위해 다른 도시에서 온 소방관이 현장 지휘관의 지시를 따르지만 소속은 원래 소방서에 남는 것과 같다. 따라서 OPCON은 주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연합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의 구조다.

특히 한미 두 나라 대통령이 합의한 공동 목표 아래 수행된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지휘의 공유이자 책임의 분담이라 할 수 있으며 자주성과는 무관하다.

◆조건에 기초한 전환

이번 SCM은 전작권 전환을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령부(F-CFC) 체제로 추진하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2014년 합의된 전환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역 안보 환경이 안정돼야 한다.

전환에는 정해진 일정 보다 조건을 갖췄는지가 핵심이다. 이는 상징적 권한 이양이 아니라 실질적 준비태세 점검과 신뢰 구축 과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군 능력과 대비태세를 지속 지원하며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연합사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게 된다. 이는 지휘의 균형이며 동맹의 성숙한 진화를 상징한다.

◆전략적 함의

한국이 전작권을 전환 받는다는 것은 자율성 확대를 넘어 책임 강화를 의미한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안보를 제공받는 위치가 아니라 억제를 함께 설계해야 하는 주체가 된다.

그에 걸맞은 국방예산 확충과 전략적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의존적 국방에서 자주적 억제로의 도약, 바로 그것이 동맹의 미래를 안정시키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결코 물러서는 것이 아니다. 미 워싱턴은 주도적 지휘에서 통합된 동반자 역할로 이동하면서 한국군의 리더십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동맹을 재설계하고 있다. 철수가 아니라 역할의 재조정, 통제가 아니라 협력의 심화인 셈이다.

◆동맹 현대화와 동북아 전략

SCM에서는 인도양·태평양 안보 환경과 관련된 주요 현안도 논의됐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SSN) 개발과 미 확장억제 공약의 구체화, 미사일·사이버·우주 영역 협력 확대 등이 핵심이었다.

일부 문제, 예를 들어 기술이전이나 방산협력 등에서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공동성명이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이는 건전한 협상의 과정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일본과의 3자 공조 역시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축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앞으로의 과제

57차 SCM은 한미동맹이 수혜자–보호자 관계에서 공동 설계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신뢰 위에 세워진 한국의 주도력은 동맹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첨단 무기보다는 사람과 신념, 리더십에 더 많은 투자를 기울이는 것이다. 작전통제권 논의의 본질은 통제가 아니라 준비태세다. 주권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한 신뢰의 문제다.

한미동맹은 이제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떠받치는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다만 과연 한국 정치인들이 깊이 있게 고민했는지는 모르겠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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