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엇박자’…교통·분양·보상 ‘삼중 난항’

2025-08-11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사업이 교통망 지연, 분양 부진, 토지보상 갈등 등 복합적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입주 전 교통망 완공’ 방침은 사실상 무산됐고, 예정된 공급 물량의 대부분도 계획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 GTX부터 도시철도까지…멈춘 교통 시계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인천 계양 등 주요 3기 신도시의 기반 교통시설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는 2018년 발표 당시 2027년 개통을 목표로 했지만 시공사 선정 차질로 올해 8월에서야 착공계가 제출됐다. 현재로선 2031년 이후 개통이 유력하다.

왕숙 신도시는 2028년 입주가 예정돼 있어 최소 3년 이상 교통 공백이 불가피하다. 하남 교산과 연결되는 3호선 연장은 착공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늦춰졌고, 창릉을 지나는 고양은평선 개통 시점은 2032년으로 밀렸다. GTX-C도 지난해 착공식을 열었지만 실제 공사는 착수하지 못했다.

“입주 전에 교통망을 완성하겠다”던 정부 약속은 사실상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 17만 가구 계획, 1만 가구만 입주 가능

교통 지연은 공급 일정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전체 공급 예정 물량은 17만 4000가구지만, 2026~2027년 실제 입주 가능한 물량은 1만 가구(6.3%)에 그친다.

지난 3~5일 진행된 남양주 왕숙 A1·A2블록 본청약에서는 사전청약 당첨자의 40%가 본청약을 포기했다. 전용 59㎡ 신청률은 58.6%에 머물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교통과 기반시설 완공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신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보상 지연·이전 대상 1800여 개…현장 갈등 심화

토지 보상 문제도 심각하다. 하남 교산과 고양 창릉을 제외한 대부분의 3기 신도시는 감정평가액에 대한 토지주 반발로 보상이 지연되고 있다. 남양주·부천·인천 등지에는 군부대·공장 등 1800여 개 이전 대상이 여전히 남아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토지주는 “평생 일군 땅인데 시세 절반 가격으로 보상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식이면 합의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 사업이 수년간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3기 신도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수도권 주택 시장 안정과 주거 안정을 위해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도 공급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교통·보상·분양 세 분야 모두에서 막힌 상황은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지금처럼 주요 사업이 동시에 막히면 공급 계획은 숫자만 남게 된다”며 “수요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공급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교통·생활 인프라 없는 신도시는 실패”

전문가들은 사업 초기부터 ‘선(先)교통·후(後)입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신도시 개발에서도 교통 지연은 주민 불편과 교통 혼잡을 초래해 왔다. 현재 속도라면 3기 신도시 역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곧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시장에서는 “단순한 공급 확대보다 실현 가능한 계획과 실행력 있는 교통·보상 전략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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