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신임 외교장관, 취임식에서 밝혀
“외교부 대표해 MBC에 사과드린다”
재발 방지 위해 문화·업무 관행 개선
“실용외교 구현… 평화 정착이 최우선”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취임 일성으로 지난 정부 외교부의 잘못을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 문화와 업무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외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간 외교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외교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 몇 년 동안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됐고 실용과 국익이 주도해야 할 외교 영역에서 이분법적 접근도 많았다”라며 “외국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도 있었다”고 했다. 조 장관은 “(부산)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지는데도 끝까지 ‘올인’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외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발언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외교부를 대표해 MBC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하기까지 했다”라며 윤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사태도 언급했다.
조 장관은 다만 “불가피하게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에게는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라며 “외교적 뒷수습을 하느라 애쓰셨다”고 했다. 실무진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 장관은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찾되 앞으로 지난 정부 탓을 하지 않겠다”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 문화와 업무 관행을 확실히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구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한반도 평화 정착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주요 주변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한편 외교 다변화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라며 “심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우리 안보와 평화, 번영을 위한 전략적 지평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 장관은 외교부 직원들을 향해 “직급이나 직위와 무관하게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장려하겠다”라며 “담당 업무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하되, 혹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책임은 위쪽에 더 많이 두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격식보다는 실질적 내용 우선’, ‘독립적 사고의 주체로서 의견 적극 개진’ 등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