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협상 3주 연장..."'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으로 속도 낸다"

2025-07-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7일(이하 현지시간)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다음 달 1일로 연기했다. 새로 설정된 ‘협상 데드라인’은 앞으로 3주가량 남았는데, 한국 정부는 한·미 산업·기술 협력 등을 묶은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지렛대로 ‘관세 내리기’ 총력전 나설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의 상호관세 서한 발송 직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여 본부장은 미국 측에 한국이 미국의 오랜 동맹국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특별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첨단산업과 제조업 역량, 양국 간 긴밀히 연계된 산업 공급망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의 제조업 재건을 위한 최적의 상대라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또한 무역수지 균형을 요구하는 미국 측에 여 본부장은 “양국 간 제조업 협력이 무역 확대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제조업 협력 제안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상호관세와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된 품목관세의 철폐 등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통상당국이 협상 카드로 양국 간 산업·기술 협력을 내세우는 건 한국의 상대적 장점을 부각하는 전략이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비관세 장벽’ 완화와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영향도 있다. 미국은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망 사용료 부과,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 등 한국의 디지털 장벽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연방 하원의원 43명은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온플법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 사안으로 배달 수수료 등 소상공인 정책과도 얽혀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와 쌀·사과 등 수입 확대 등은 특히 농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카드를 고려 중이지만, 미국은 투자-건설-구매를 아우르는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가 커 정부 입장에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정권 초반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비관세 장벽 해소 등은 반대 여론에 부닥칠 경우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이 필요로하고 한국이 강한 조선·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의 협력 방안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 분야 협력의 경우 미국의 의지도 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2026년 1500억 달러의 국방비 가운데 300억 달러를 해군 함정 건조 등에 사용할 예정이고, 한국·일본과의 조선 협력을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미 중인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방장관을 만나 한·미 조선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방위비·환율 문제 등 미국의 요구를 확장하고 한데 묶어 관세 인하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협상은 통상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방위비나 미래 GDP(국민총생산)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 미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 수요처로서 한국의 역할, 환율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원스톱 쇼핑’ 방식의 패키지딜이 관세를 내리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3주 정도의 시간을 확보했지만, 여유 있는 시간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협상을 가속해 ‘랜딩존’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며 “한미 제조업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 나가면서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 도출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을 비롯한 한국 협상 대표단은 당분간 워싱턴 DC에 머무르며 막판 관세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오는 9일에도 러트닉 장관과 추가 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