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메모리 시장의 경고등이 D램을 넘어 낸드플래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 영향으로 기업용 SSD(Solid State Drive)와 낸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웨이퍼 공급 부족이 겹치며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 여파는 PC·노트북 시장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부담을 넘어 물량 확보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메모리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AI 서버 수요 확산에 기업용 SSD·낸드 공급 병목
18일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업용 SSD 수요가 크게 늘며 상위 5개 낸드 업체의 합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6.5% 증가한 171억 달러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기업용 SSD 시장만 놓고 보면 매출 증가율은 28%에 달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워크로드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장되며, 고성능 서버와 범용 서버가 동시에 늘어난 영향이다.
낸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 메모리로,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유지된다. SSD는 낸드를 기반으로 한 저장장치로 서버와 PC의 핵심 부품이다. 이 중 기업용 SSD는 데이터센터에 장착돼 대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한다. AI 서버에서는 연산 성능 못지않게 저장장치의 역할도 중요하다. 추론 작업이 늘어날수록 SSD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문제는 수요보다 공급이다. 낸드 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구형 공정을 빠르게 정리하고, 기업용·프리미엄 제품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웨이퍼 단계부터 병목이 발생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11월 기준 주력 낸드 웨이퍼 계약가격이 제품군 전반에서 월평균 20%에서 많게는 60% 이상 뛰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용 SSD에 주로 쓰이는 TLC 제품에서 공급 부족이 나타났다. TLC는 하나의 셀에 3비트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서버용 SSD에 널리 쓰인다. 기업용 SSD 수요가 이어지며 1Tb TLC 가격이 크게 올랐다. 512Gb TLC도 생산 축소와 수요 유지가 겹치며 한 달 새 65% 이상 뛰었다. QLC는 한 셀에 4비트를 저장하는 대용량 낸드로, 기업용 SSD와 콜드 스토리지에 주로 활용된다. 이 제품 역시 수요 증가로 공급이 빠듯해졌다.
◆낸드 가격 급등, PC·노트북 사양까지 흔든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은 완제품 시장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모듈 업체 킹스톤은 최근 낸드 가격이 지난 1분기 이후 246% 상승했으며, 이 가운데 약 70%가 최근 60일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낸드가 SSD 원가의 약 90%를 차지하는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대만의 모듈업체 트랜센드 역시 삼성전자와 샌디스크로부터 출하 지연 통보를 받았고, 최근 일주일 새 낸드 비용이 50~100% 뛰었다고 전했다.
PC·노트북 시장도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델과 레노버 등 주요 PC 제조사들은 고객사에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 커머셜타임스는 낸드 부족 사태가 사실상 출하 물량이 말라붙는 '드라이 이어(dry year)'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업계 재고는 내년 1분기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일부 업체는 내년 3월 소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가격 인상이 한계에 이르자 PC 제조사들은 사양 조정에 나서고 있다. 2026년형 제품에서는 512GB SSD를 256GB로 낮추거나, 1TB 모델을 512GB로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부품 부족이 제품 성능과 사용 경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설은 신중, 물량은 CSP로…공급 제약 장기화
공급 확대가 해법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낸드 업체들은 아직 본격적인 증설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메모리 공장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장비 리드타임만 6개월 이상, 투자 회수 기간도 7~10년에 달하는 구조다. 과거 급격한 증설 이후 겪은 변동성의 학습효과도 공급 확대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CSP)들이 고가의 AI 서버 구축을 앞두고 기업용 SSD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PC용 낸드 물량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이 같은 환경에서 4분기 기업용 SSD 평균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25% 이상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생산과 공급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처럼 가격이 오르자마자 증설에 나서기보다는, 수급 균형을 보며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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