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시총 330조…은행 '열공', 법제화 '산 넘어 산

2025-05-26

이달 중순 미국의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인 파이어블록스가 국내 금융사의 워크숍에 참석했다.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ㆍDID 협회가 지난 4월 신설한 ‘스테이블 코인 분과’에서 마련한 세미나였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 분과 회원사는 국민ㆍ신한ㆍ우리ㆍNH농협ㆍ기업은행과 수협 등 6개 은행과 금융결제원이다. 회원사들은 매달 한두 차례 세미나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 흐름(트렌드)을 파악하고, 관련 해외 사업자를 만나 기술 협업 방안을 모색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은행권 관계자는 “파이어블록스가 그동안 글로벌 은행과 손잡고 호주 달러, 브라질 헤알화 등 비(非) 달러를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 사례들을 살펴봤다”며 “국내서도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 체계가 마련되면 은행권 공동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은행들은 스테이블 코인 ‘열공(열심히 공부)’ 중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나 미국 국채 등 특정 자산에 가치를 일대일로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USDT)와 써클(USDC)은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며 ‘1달러=1 코인’ 비율로 화폐처럼 유통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의 시가총액은 이달 12일 기준 2429억 달러(약 332조원)로 1년 사이 51% 불어났다. 이중 미국 달러 기반인 테더(시총 1506억 달러)와 써클(607억 달러)이 전체 시총의 87%를 차지했다.

스테이블 코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통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빅테크를 비롯한 유통 업체가 스테이블 코인을 화폐처럼 결제나 환전 수단에 사용하면 은행의 예금이 이탈하고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외로 돈(코인)을 빠르고 손쉽게 옮길 수 있다는 게 스테이블 코인의 강점이다. 은행 같은 금융중개기관을 끼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언제든지 송금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스테이블 코인 거래 규모는 연간 27조6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결제시스템인 신용카드(비자+마스터카드) 전체 거래액(25조7000억 달러)을 웃돌았다.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미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스테이블 코인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3대 메가뱅크로 꼽히는 미즈호와 미쓰이스토모(SMBC),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공동으로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를 진행 중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해 중개기관 없이 국경 간 자금을 송금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최근 미국 월가 은행들도 공동으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검토하는 있다.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화한 법안(지니어스 액트)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WSJ는 이달 22일(현지시간) JP모건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 형태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실제 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는 지난 2월 “은행의 참여가 허용되면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 스테이블 코인의 법적 지위나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내 스테이블 코인 관련 가이드라인을 담은 ’디지털 자산 제도화 2단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의 인가를 받은 업자만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법제화 가능성은 대선 이후에나 알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지급결제보고서에서 “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지급 수단적 특성을 내재해 이용이 확대될 경우 법정통화 수요를 대체하면서 통화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며 “관리ㆍ감독 방안 마련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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