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10대그룹 총수 콕집어 초청…"대미 투자 지속해달라" [한미 정상회담]

2025-10-29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국내 10대 그룹 총수와 대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해 대규모 회동을 가졌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회동이어서 정상 간 논의 사항을 한국 기업인들에게 설명하며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더 위대하게)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트닉 장관은 대미 투자 기업에 대한 근로자 비자 문제 해결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들은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관세 협상의 조속하고 합리적인 타결 필요성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한국 주요 기업인들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갖고 이어 만찬을 함께했다. 러트닉 장관과의 만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아울러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에너지, 조선, 방위산업, 소재 관련 기업 대표 1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러트닉 장관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과 만찬을 주재하는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도 동석했으며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등 미국 기업 대표들도 참석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타결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기업인들은 참석을 주저하기도 했지만 재계가 나서 난항을 겪는 협상에 물꼬를 틀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함께하며 신뢰 및 정서적 유대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APEC CEO 서밋에서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을 각각 ‘터프한(거친) 협상가’와 ‘훌륭한 협상가’로 평가하면서 한껏 추켜세운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사관이 10대 그룹 총수와 주요 계열사 CEO들에게 초청장을 보내 만남이 성사됐다”며 “사실상 미국 정부가 참석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된 것은 8월 말 미국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데 이어 2개월여 만이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미국 조지아주의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근로자 구금 사태로 국내 기업이 대미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 때문에 이번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러트닉 장관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미국 정부의 지원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로 채워졌다. 이와 함께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국내 기업인들에게 설명하고 추가적인 대미 투자에 대해서도 당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본격화된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행사에는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을 진행하는 글렌파른 CEO도 참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알래스카 가스전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유일하다. 한 LNG 기업 관계자는 “사업성 여부가 중요하지만 미국의 요청이 있으면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도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앞으로 최고의 조선소가 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 부활에 한국 기업의 중요성을 인정한 만큼 러트닉 장관 역시 국내 조선 기업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현재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과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HII)와 군수지원함을 함께 건조하고 앞으로 합작 조선소 투자도 진행하기로 한 HD현대는 물론 추가적인 한국 조선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등 희귀소재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한국 기업들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저개발 국가에 대한 백신 지원 사업에도 동참하기를 바랐다. 아울러 러트닉 장관은 국내 기업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비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대미 투자를 재확인하면서 한미 관세 협상의 합리적 타결을 원하는 한국 기업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아울러 미국과의 협력이 중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비자 문제 등 국내 기업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거론했다.

한편 러트닉 장관에 이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30일 한국 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베선트 장관 역시 한국에 있는 만큼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개별 만남 등의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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