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기 위해, 다시 노래하는 김현성

2025-05-01

“튤립의 꽃말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지난 4월 30일, 강남구 넥스트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김현성은 인터뷰에 앞서 튤립 한 송이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15년 만에 정식으로 발표하는 신곡 ‘다시 사랑하려 해’는 그의 말처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노래였다. 긴 공백을 지나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는 이 순간, 그의 마음속엔 말로 다 담기 어려운 감정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말 큰 의미가 있는 곡이에요. 가수를 다시 할 수 있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조)영수 형과 김이나 작사가님 덕분에 이 나이에 이렇게 좋은 곡을 발표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죠.”

이번 신곡은 조영수 작곡가와 김이나 작사가가 함께한 작품이다. 그가 다시 음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목소리 회복’이라는 쉽지 않은 여정이 있었다. 한때 성대 결절로 알려졌던 그는, 실제로는 ‘근육 긴장 발성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고, 수년간의 재활을 통해 목소리를 다시 되찾았다.

“성대보다는 외부 근육 쪽에 문제가 있었어요. 회복과 재활을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죠. 총 3년 4개월 걸렸고, 지금은 85% 정도 회복됐어요. 그래도 아직 무대는 항상 긴장돼요. 연습실에선 괜찮은데, 무대 위에선 그게 다 드러나니까요.”

김현성은 높은 음역대를 가진 하이 테너다. 타고난 음역을 온전히 살리는 데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 실제로 신곡의 키는 녹음 전날 반 키를 높여 완성했다. 목 상태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의 색깔을 유지하고 싶었다.

“제가 원래 고음을 잘 내는 목소리를 갖고 있잖아요. 이게 저인데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듣는 분들이 느낄 수 있는 ‘쾌감’도 있고요. 영수 형도 그걸 바로 캐치하셔서 녹음 전날 반 키 높인 상태로 녹음했죠. 물론 녹음은 정말 힘들었지만요.”

곡을 처음 받았을 때 그는 핸드폰을 열지 못하고 한참을 심호흡했다. 메시지에는 ‘김현성 대박 히트곡’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지만,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이 한 곡을 기다리며 몇 년을 버텼던 것 같아요. 그런데 듣자마자 확신이 들었어요. 멜로디와 분위기 모두 90년대 정통 팝 발라드였거든요. 제가 가장 자신 있는 영역이자, 요즘 세대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 생각했죠.”

그는 이번 곡을 ‘아날로그적’이라 표현했다. 본인은 물론, 작사·작곡, 세션까지 모두 90년대 감성을 함께했던 인물들로 꾸려졌다.

“요즘 리메이크 곡이 많잖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어느 정도 필터링된 느낌이 있어요. 저는 원조에 가까운 목소리로 그 시절의 감성을 들려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곡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그가 다시 대중 앞에 섰던 첫 계기는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이었다. 당시 무대는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스스로를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결과보다는 ‘내가 준비한 걸 최선을 다해 보여드리자’는 마음이에요. 예전처럼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커졌죠.”

김현성은 20대 후반, 무대를 내려놓아야 했다. 잦은 실수와 버티지 못하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왜 회복되지 않는 걸까’라는 물음은 그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사실 그 시절엔 한이 맺혔어요. 무대가 두려워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었죠. 그러다 2018년부터 회사원 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 하루 1~2시간씩 연습했어요. 목소리를 되찾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하나로요.”

그 노력은 결국 ‘싱어게인’이라는 도전으로 이어졌고,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예전처럼만 부르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망한 가수’라는 이미지로 끝내기 싫었거든요. 지금의 제 모습을 기본에 충실하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 3년이 정말 많은 걸 깨닫게 해줬죠.”

신곡의 작사가 김이나에 대한 감탄도 이어졌다. 아무 설명 없이 곡을 완성했지만, 김현성을 향한 깊은 이해가 느껴졌다는 것.

“가사에 ‘간절하다’는 표현이 있어요. 대중가요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잖아요. 그런데 그 한 단어에 제가 10년 넘게 느껴온 갈증과 감정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정말 감탄했죠.”

그의 곁에는 늘 아내 니카가 있었다. 가수이자 플로리스트인 아내는 김현성이 신곡을 처음 들려준 첫 번째 사람이었다. 곡을 듣고 눈물을 흘린 아내의 모습은 그에게 가장 큰 응원이 됐다.

또한, ‘싱어게인’에서 인연을 맺은 규현 역시 특별한 존재였다. 무대 뒤에서 함께 울었던 규현에게 그는 이번 신곡을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건 단순한 눈물이 아니었어요. 무대의 공기가 바뀌는 걸 느꼈거든요. 신곡이 나오면 제일 먼저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장문의 문자를 보냈는데 10분도 안 돼 답장이 왔어요. 정말 감사했죠.”

김현성은 이번 컴백의 의미를 한 단어로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무대의 완성도보다, 그가 다시 돌아왔음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이제 그는 다시, 목소리로 자신을 증명해 보이려 한다.

“그동안 기다려주신 분들께 ‘해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앞으로 더 좋은 노래들로, 제가 목소리 때문에 미처 내지 못했던 곡들까지 꼭 들려드리고 싶어요. 이번이 그 출발점이에요.”

데뷔 28년 차. 김현성은 이제 다시,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한편 김현성의 디지털 싱글 ‘다시 사랑하려해’는 오는 4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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