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주 두 병 값으로 와인을 살 수 있게 됐다. 롯데마트가 선보인 4900원짜리 와인이 불황 속 ‘가성비 전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9일 롯데마트와 슈퍼는 칠레산 와인 ‘테이스티 심플’ 2종을 출시했다. 이번 제품은 총 30만 병을 사전 계약해 대량 물량을 확보하면서 가격을 5000원 아래로 낮췄다. 회사 측은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을 찾는 소비자 수요를 겨냥한 기획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와인 시장 통계도 ‘가성비 선호’를 뚜렷이 보여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와인 수입액은 2억 1115만 달러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지만, 수입 중량은 2796만kg으로 14.3% 늘었다. 지난 7월만 놓고 봐도 수입액은 14.3% 줄었는데, 물량은 7.6% 증가했다. 값싼 와인 수입이 늘어난 결과다.
대표적인 가성비 와인 브랜드도 두각을 드러낸다. 칠레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의 글로벌 브랜드 ‘디아블로’는 국내에서 750ml 한 병이 보통 1만 1000~1만 3000원대에 판매된다. 디아블로는 지난 10년간 하루 평균 4000병이 팔리며, 지난해에는 한 해 동안 208만 병이 판매됐다. 국내 누적 판매량만 6년 연속 밀리언셀러를 이어가며 가성비 와인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나라셀라가 들여온 ‘몬테스’ 역시 대표적인 인기 브랜드다. 누적 판매량은 1700만 병을 돌파했는데, 이를 세로로 쌓으면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576배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당분간 저렴한 와인을 더 찾을 수밖에 없겠지만, 와인 수요 자체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시장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며 “향후 저변이 넓어지면 와인 시장은 다시 상승기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