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010130)이 1·2대 주주 간 경영권 분쟁 1년 만에 부채가 2배 넘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000670)·MBK파트너스간 공개매수 경쟁이 불을 붙으며 장중 240만 원도 돌파했던 주가는 1년 전 보다 30% 이상 상승했지만, 불투명한 지배구조 속에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한 것이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장기전으로 돌입함에 따라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만 기약 없이 진행되는 형국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2024년 6월 말 36.5%에서 올해 6월 말 88.9%로 껑충 뛰었다. 이 기간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8.8%에서 6.8%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그나마 주주가치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4년 9월 말 6.37%에서 2025년 6월 말 17.01%로 1년 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
관련기사
- 고려아연, SM엔터 시세조종 진짜 가담했나…영풍 "이메일 내용서 확인"[시그널]
- 영풍 “SM엔터 주가조작 핵심 출자자는 고려아연”[시그널]
- ‘고려아연 투자’ TMC 주가 폭락…2분기 적자폭도 확대
- 고려아연 이그니오 투자 의혹 핵심 임원, 美 법원 증언대 선다[시그널]
고려아연은 최대 주주 영풍과 손잡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공개 매수를 시작한 2024년 9월 13일 이후 1년 가까이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MBK측이 지분 우위를 앞세워 이사회를 차지하려 하자 최 회장 측은 회사 자금과 법기술을 동원해 방패막을 펼쳤다. 이 과정에 들어간 비용도 적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수백 억 원대 자문료가 오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주주 간 다툼으로 기업의 근본이 흔들렸지만, 이들의 과열 다툼에 기댄 주가는 상승했다. 지난해 9월 13일 고려아연 종가는 66만 6000원이었지만, 이달 5일에는 90만 2000원으로 34.7% 올랐다. 코스피 상승률(24.5%)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IB업계 관계자는 “다툼이 길어지면서 승패가 모호해졌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사회, 전체주주, 근로자 등 구성원 모두가 힘들어졌다”면서 “양 측 모두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려 해도 그 동안 들인 비용 탓에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