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소 거래소 소재 불분명… 사법공조도 난망 [심층기획-캄보디아 ‘검은돈’ 추적기]

2025-11-19

경찰 자료요청 건수 매년 급증 불구

점유율 낮은 업체 무응답 사례 많아

조세 회피처 ‘페이퍼컴퍼니’ 가능성

캄보디아 조직원들은 범죄수익을 현지로 빼돌리기 위해 5개의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 거래소가 범행에 활용된 사실을 알리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과반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지갑주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범죄수익이 바이낸스, 오케이엑스, 바이비트, 비트겟, 빙엑스 등 5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로 향한 정황이 파악됐다. 거래소로 향한 가상자산은 소수의 핫월렛(온라인 가상자산지갑)에 모여 다른 가상자산과 섞이기 때문에 거래소 협조가 없으면 추적이 쉽지 않다. 경찰은 이들 거래소에 피의자 지갑주소를 전달하면서 신원확인과 거래내역을 요청했으나 바이낸스와 오케이엑스를 제외한 3개 거래소는 회신이 오지 않았다.

국내 점유율이 높은 바이낸스와 오케이엑스 등 대형거래소는 국내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해 수사기관에 협조를 해주는 편이지만 점유율이 낮은 소규모 거래소의 경우 수사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빠른 자금 동결이 필요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우리 경찰이 강제수사를 할 방법이 없다”며 “송환자들을 상대로 자금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거래소는 소재조차 불분명해 국가 간 수사협조를 요청하는 형사사법공조도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낸스와 오케이엑스, 비트겟은 법인이 아프리카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 세이셸 공화국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이들 거래소가 서류상 주소지만 있는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비트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빙엑스는 싱가포르에 본사가 각각 위치했다.

초국경 범죄가 기승하고 가상자산의 범죄 활용이 빈번해지면서 경찰이 해외 거래소에 협조를 요청하는 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이 해외거래소에 피의자 신원확인 등을 요청한 건수는 2022년 415건에서 2023년 860건, 지난해 851건에 이어 올해에는 10월 기준 1953건으로 이미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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