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 장미축제가 단순한 봄맞이 꽃 행사에서 벗어나, 테마파크 콘텐츠 전략의 확장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는 올해 장미축제를 '로즈가든 로열 하이티(Rose Garden Royal High Tea, 이하 로로티)'라는 세계관으로 재편하며, 감성 체험·굿즈·IP·수출로 이어지는 콘텐츠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29일 에버랜드에 따르면, 축제는 다음 달 15일까지 720개 품종 300만 송이 장미가 만개한 로즈가든을 무대로 열린다. 주인공은 '도나 D. 로지'라는 사막여우 캐릭터로, 정원에서 티파티를 연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중심에 두고 있다. 방문객은 이 세계관 속에서 장미와 함께 스토리, 향기, 오브제, 체험 콘텐츠를 통해 몰입 경험을 하게 된다. 로즈가든은 비너스원, 미로원, 빅토리아원, 큐피드원 등 4가지 테마 존으로 구성됐으며, 각각 사랑·향기·가족·예술을 테마로 공간별 스토리텔링을 강화했다.
정원 곳곳에는 플라밍고와 나비, 열쇠 등 판타지 오브제가 배치돼 있다. 미로원에서는 향기 강한 품종이 울타리 없이 식재돼 있어 관람객이 자유롭게 장미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다. 여기에 미러룸, 키네틱아트, 증강현실(AR) 등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결합해, SNS 인증에 적합한 요소로 구성한 점도 눈에 띈다.
로즈가든 중심부인 장미성은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 다리아송의 드로잉으로 외관이 연출됐고, 조형작가 갑빠오의 사막여우 ABR(에어로 벌룬 로봇) 조형물이 2층 공간을 장식한다. 장미성 내부에는 일러스트 전시와 포토존, 굿즈 쇼룸이 결합된 '로로티 컨셉 스토어'가 마련돼 있어, 브랜드 세계관과 소비 경험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감성 체험은 식음료 영역까지 확장됐다. 에버랜드는 이번 축제를 위해 로즈가든 옆 레스토랑 '쿠치나마리오'에 애프터눈 티 세트를 도입했으며, 250년 전통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티웨어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장미꽃 모양 얼음이 들어간 로즈베리 아이스티, 하트 모양 츄러스 등은 세계관에 어울리는 감성 시그니처 메뉴로 구성돼 있다.
굿즈 전략도 전면 강화됐다. 도나 D. 로지를 중심으로 한 사막여우 인형은 드리머, 로자리안, 가디언 등 3가지 콘셉트로 출시됐다. 우산, 유리컵, 양말 등 실용 아이템과 바이그레이·달작업실·그레이쥬스 등 외부 브랜드 협업 제품을 포함해 총 70여종의 상품이 준비됐다. 굿즈는 로로티 캐슬, 메모리얼샵 등에서 판매되며,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세계관을 구성하는 자산으로 기능한다. SNS에선 "인형이 생각보다 훨씬 귀엽다" "티웨어를 사고 싶다"는 반응과 함께 관련 콘텐츠가 5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이번 장미축제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도 병행한다. 에버랜드는 자체 개발한 신품종 정원 장미 '퍼퓸에버스케이프'를 일본에 수출하며 'K-플라워'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품종은 2022년 국제장미콘테스트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항산화·광노화 방지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SCIE급 국제 학술지에 등재되며 품질 경쟁력도 확보했다. 기후 변화와 병충해에 강해야 하는 정원용 장미의 해외 진출은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로, 절화(꽃다발용)를 넘어 정원 중심의 원예 콘텐츠 수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원 콘텐츠 강화는 에버랜드의 사업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에버랜드는 중장년층 및 식물 애호가 수요에 대응해 국내 최초 사계절 정원 구독 서비스 '가든패스'를 출시했다.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않고도 정원과 자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입장권 운영을 통해, 에버랜드는 테마파크를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닌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콘텐츠 플랫폼'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축제 현장에서는 가족, 연인, 중장년층 등 다양한 연령층이 눈에 띄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60대 김명순 씨는 "꽃이 다양하게 피어 있어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며 "정원이 예쁘게 꾸며져 있어 산책하듯 여유롭게 둘러보기에 정말 좋았다. 놀이기구를 타지 않아도 하루가 금방 지나갔고, 나들이 가듯이 내년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연인과 함께 찾은 20대 박지형 씨는 "장미 정원이 화려하고 감성적으로 꾸며져 있어서 어떤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처럼 나온다"면서 "티 세트를 즐기고 굿즈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됐다"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어릴 땐 놀이기구 타러 왔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고 감탄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다. 전북 전주에서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온 40대 이소연 씨는 "아이가 사막여우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서 인형과 사진도 찍고, 체험 부스를 돌며 굿즈도 구매했다"며 "꽃길이 잘 정비돼 있어서 어린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안전하고 편안했다. 아이가 정말 좋아해 저도 기뻤다"고 말했다.
1985년 국내 최초의 꽃축제로 출발한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지금까지 약 6000만명의 누적 방문객과 8000만 송이의 장미를 선보여왔다. 올해는 개장 10일 만에 25만명이 방문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배택영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부사장은 "올해 장미축제 40주년을 맞아, 예술적 감성과 공간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에버랜드 장미축제를 핵심 자산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젊은층 위주의 놀이기구 중심 테마파크 이미지를 넘어, 정원과 자연, 예술과 문화가 공존하는 전 연령층의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