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보험업계 보험계약 건전성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관측된다. 건강보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한해 생명보험사 13회차, 25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이 각각 88.2%, 68.9%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83.2%, 60.7%) 대비 대폭 개선된 수치다.
보험계약 유지율을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한 이후 계약을 정상 유지중인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의 건전성을 나타낸다.
특히 생보사 25회차 유지율이 1년 동안 8%p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까지 만해도 생명보험 가입자 10명중 4명이 2년 안에 보험을 해지했지만, 현재는 3명만 해지하는 수준까지 계약 건전성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회사별로는 동양생명 25회차 유지율이 78.3%로 생명·손해보험업권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이외 △농협생명 74.6% △KDB생명 74.3% △한화생명 72.8% △DB생명 72% △라이나생명 70.8% 등도 70%를 웃도는 유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업권 25회차 유지율이 69.6%로 전년 동기(71.6%) 대비 2%p 감소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개선이다.
손해보험사 대부분은 60~70% 초반 유지율을 기록했으나 라이나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보험사 유지율이 각각 47.3%, 53.9%로 낮게 나타났다.
업계는 생명보험사들이 건강보험 위주로 상품군을 강화한 것이 유지율 개선에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생보사 주력 상품인 저축성, 종신보험 상품은 소비자가 납입해야 하는 월보험료가 건강보험 대비 고액이기에 비용적인 부담도 크다.
계약자가 경제적 여건이 악화돼 종신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을 해지할 경우, 유지율은 건강보험을 해지할 때보다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계약 유지율이 계약 건수가 아닌 계약액을 기준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지율은 장기적으로 보험사 건전성과 수익성과 연결될 수 있는 중요 지표”라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생명보험사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생보 계약 유지율은 상승하고,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손보는 유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3년 보험사에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이후 생보사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무위험수익률을 적용할 경우 저축성 상품 보험계약마진율이 1.2%라고 분석한 바 있다. 종신보험이 9.7%, 건강보험(제3보험)은 19.1% 수준이다. 같은 금액으로 보험을 판매해도 수익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