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성장의 필수 조건

2025-08-19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여정에서 때때로 고통과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결코 반갑거나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고통과 시련을 피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 우리의 고통과 시련을 덜어준다면 감사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고통이란 일시적인 어려움이나 불편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때로는 그 고통스러운 순간이 우리를 더 강하고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성장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마치 누에나방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힘겨운 탈출 과정처럼 말이다.

누에나방은 번데기에서 성충이 되기 위해 작은 고치 구멍을 힘겹게 뚫고 나와야 한다. 그 몸부림은 단순한 발버둥이 아니다. 좁은 구멍을 통과하며 날개에 힘을 기르고, 밖으로 나온 후 날개를 말리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만약 누군가 연민의 마음으로 고치 구멍을 넓혀준다면 어떻게 될까?

카프만 부인이 자신의 저서 <광야의 샘>에서 이에 관한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날 그녀는 누에고치에서 번데기가 나방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누에나방이 바늘구멍만 한 구멍에서 몸 전체가 비집고 나오려고 한나절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안쓰러운 생각에 가위로 구멍을 넓혀 주었고, 커진 구멍으로 쉽게 빠져나온 누에나방은 공중으로 몇 번을 시도하더니 결국 날지 못하고 땅바닥을 맴돌다가 죽고 말았다. 그녀는 누에나방이 작은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오려고 애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날개의 힘이 길러지고 물기가 말라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카프만 부인의 경험담처럼, 쉽게 빠져나온 누에나방은 날지 못하고 죽게 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한다. 고통스럽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과정이 바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누에나방이 스스로 고치를 깨고 나오는 힘겨운 과정은 그저 고통의 연장이 아니라, 성숙한 삶을 위한 자양분임을 말해준다. 고통을 미리 피하거나, 과도한 연민으로 그 과정을 방해한다면 우리 자신의 성장은 오히려 지연되고, 심지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어떤 학생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마주쳤을 때 이를 포기하는 대신 반복하고 실험하며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고통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실패는 결국 더 강한 능력을 갖춘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토대가 된다. 고통은 그저 슬픔이나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를 단련시키는 과정이며, 결국 더 뛰어난 자신으로 거듭나게 하는 자극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2019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다쉰 왕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우리가 실패와 고통에서 얼마나 중요한 교훈을 얻는지 증명한다. 연구는 젊은 시절에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독일 철학자 니체의 유명한 명언인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는 말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그것은 고통을 통해 배우고, 어려움을 통해 단단해지는 삶의 본질을 담고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좌절을 겪지 않는다면, 그 지식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조금의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쓰러진다. 실패를 온몸으로 겪어본 사람만이 진정한 성공의 가치를 알고, 그 길을 꾸준히 걸어갈 힘을 얻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양 철학의 지혜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낸다. 노자의 ‘도덕경 48장’에 나오는 ‘일익일손(日益日損)’은 “학문을 하는 것은 날로 쌓아가는 것이고, 도를 닦는 것은 날로 덜어내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단순히 지식을 쌓아가는 것(日益)을 넘어, 잘못된 생각이나 편견, 습관의 찌꺼기를 덜어내는 것(日損)이 진정한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다. 누에나방이 스스로의 힘으로 껍데기를 깨고 나오듯, 우리 역시 내면의 불필요한 관념을 스스로 비워낼 때 비로소 자유롭고 온전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결국, 모든 고통과 시련은 우리를 완성으로 이끌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고통을 회피하려 쉬운 길만을 찾거나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려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날개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눈앞의 어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속에서 힘을 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더 큰 성공과 진정한 성숙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고통의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극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이라는 캔버스에 자신만의 찬란한 빛깔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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