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단수는 늘어나는데, 높이는 고정돼 있습니다. 결국 칩이 얇아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지금의 방식으로는 한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윤영식 EVG 한국지사장은 HBM 기술의 고적층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존 '다이(Die·개별 칩) 투 웨이퍼(D2W)' 방식 접합 기술이 기술적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답으로 '웨이퍼 투 웨이퍼(W2W)' 본딩 기술을 제시했다.
윤 지사장은 1997년 현재전자산업(현 SK하이닉스) 메모리 연구원을 시작으로 장비사 ASM, 비코를 거쳐 2014년 EVG에 합류, 2022년부터 한국지사를 이끌고 있다. EVG는 오스트리아 장비사로 W2W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에서 약 80%를 점유한 선도 기업이다. CMOS 이미지 센서, 낸드플래시 등에 장비를 공급해왔으며, HBM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극대화한 메모리다. 윤 지사장에 따르면 고적층이 진행될수록 개별 D램 칩의 두께는 얇아지고 있다. HBM 8단의 칩 두께는 55마이크로미터(㎛) 수준이었으나, 12단에서는 32.5㎛로 약 41% 줄었다.
윤 지사장은 “HBM4 16단부터는 30㎛ 이하의 칩을 다뤄야 하는데, 이 수준에서는 D2W 본더로 칩을 집어 들어 정밀하게 위치시키고 적층하는 작업의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HBM 제조사들은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칩 사이의 구조물(마이크로 범프 등)을 제거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20단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윤 지사장은 “하이브리드 본딩에서도 초박막 칩의 제어는 계속되는 기술 난제”라며 또 다른 기술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웨이퍼 단위로 적층하는 W2W 본딩 기술을 제시했다. 윤 지사장은 “W2W 본더로 두 개의 웨이퍼를 먼저 접합해 두께를 확보한 뒤, 이후 D2W 방식으로 적층하는 하이브리드 공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D2W보다 W2W 본딩이 생산성이 월등히 높고, 패키지 정밀도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W2W 기술에는 전제가 따른다. 불량 칩이나 저성능 칩이 적층될 경우 전체 수율이 낮아질 수 있다. 윤 지사장은 “W2W 하이브리드 본딩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D램 웨이퍼 수율이 높아야 하고, 칩 간 성능 편차도 최소화돼야 한다”며 “같은 양품 칩(KGD) 중에서도 S급만 선별해 적층을 원하는 고객사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간 단계 기술로 '집합적(Collective) D2W 본딩' 방식도 있다. 이 방식은 캐리어 웨이퍼에 선별된 양품 칩을 D2W 방식으로 먼저 부착한 뒤, 다시 W2W 본딩을 수행하고 캐리어를 제거하는 구조다. EVG뿐 아니라 주요 HBM 제조사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윤 지사장은 “EVG는 W2W 하이브리드 본딩 선도 기업으로, 고적층 HBM 시대를 준비하는 고객사 요구에 맞춰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