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치고 올라온다’…해외 선수들 기량 상승 재확인한 한국 양궁

2025-09-12

광주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12일 막을 내렸다. 리커브 대표팀은 남자 단체와 여자 개인전 등 금메달 2개와 혼성 단체전의 은메달 1개, 남자 개인·여자 단체·여자 개인전 동메달 등 총 6개 메달을 따냈다.

남자 단체전 대회 3연패, 여자 개인전 금메달·동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라기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당장 지난해 파리 올림픽, 이번 대회 예선에서도 전 종목을 석권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파리 올림픽 3관왕의 주역인 김우진(청주시청)은 개인전 32강, 임시현(한국체대)은 개인전 8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겪었다. 여자단체는 역대 3번째로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직전 대회까지 7연패를 달성한 혼성 단체의 연승 행진도 마감됐다. 해외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와 양궁계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됐다는 사실이 또 한 번 확인됐다.

이번 대회 KBS 해설위원으로 참여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기보배 광주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원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해외 선수들의 수준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보다 훨씬 높다. 선수 입장에서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더 큰 대회여서 이번 대회에 지난 올림픽과 성적 차이가 좀 있었던 것이지, 실력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와일드카드나 대륙별 쿼터가 있는 올림픽보다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진짜 ‘별들의 전쟁’이라는 의미다. 2019년 대회에서는 혼성전에서만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이 세계 최강의 입지를 지키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한국 코치진의 해외 진출로 이미 국내 지도력은 해외에 전파된 것이나 다름없다. 양궁을 부업으로 하다가 이젠 전업으로 매진하는 해외 선수도 많이 늘었다. 기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그래도 선수들이 정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도 어려운 경기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채영(현대모비스)은 “확실히 쉽지 않다. 32강부터 계속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10년 전에 비해 제 실력도 오르고 많이 단단해졌지만 다른 선수들도 똑같이 기량이 오르고 단단해졌더라. 그래서 정말 금메달을 목에 걸기가 쉽지 않다. 끝까지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제덕(예천군청)은 “손도 떨리고 심장도 떨리는 매우 타이트한 경기가 많았다. 단체전이든 개인전이든 해외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했다. 김우진은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정점을 찍는다고 한들 그 정점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기에서 쏘는 화살 수를 줄이고 토너먼트제·세트제를 도입하는 등 그동안 양궁 국제대회 규정도 한국의 ‘독식’을 경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현재 세계양궁연맹(WA)은 과녁 정중앙인 엑스텐(X10)에 11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규정은 지난 6월 월드컵 3차 대회에 한 차례 시범 도입됐는데 김우진이 그 희생양이 됐다. 김우진은 32강전에서 상대 선수가 X10에 2발을 쏘면서 조기 탈락했다.

경기의 불확실성과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같이 커지면서 선수들의 경기 중 멘털 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 교수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충분히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경기 운영,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이다. 경기하면서 위기는 꼭 오는데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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