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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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폭로 협박을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30대 여성의 유가족이 가해자인 유명 인터넷 방송인(BJ)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청구액에 크게 못 미치는 배상 판결을 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16부(부장판사 박성민)는 지난 6월 A씨(사망 당시 33세)의 유족이 BJ B씨(41)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에게 “1천500만원을 A씨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은 A씨 유족이 요구한 10억원대 청구액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A씨 유족은 재판 과정에서 “고인은 B씨가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며 (관련 형사 재판에) 항소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B씨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씨의 명예훼손 등 범행으로 인해 망인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면서도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범행과 고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A씨 유족은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액을 3억원으로 낮춰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 기일은 당초 지난 29일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법원은 추가 조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연기했다.
A씨의 아버지는 “1심 재판부는 딸이 범행을 당한 뒤 개명하고 회사 생활을 했다는 점을 (피고의 범행과 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판단 이유로 들었는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범행 피해로 어쩔 수 없이 개명까지 했는데 어떻게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2심 선고를 들으러 법정에 와서야 조정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혹시라도 피고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정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B씨는 지난 2020년 5월 아프리카TV 개인 방송에서 전 여자친구 A씨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하며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2개월가량 A씨와 사귄 뒤 이별을 통보받자 계속 만나자며 명예훼손과 강요미수 등의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며 허위 제보 글을 작성한 뒤 30개 언론사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냈고, A씨가 다니던 회사의 인터넷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2023년 2월 B씨의 형사 재판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자 20여일 뒤 약물을 과다 복용해 응급실로 옮겨졌으며, 의식불명 상태로 요양병원에서 지내다가 같은 해 9월 숨졌다.
이후 B씨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지난 2024년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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