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빚은 없어요.”
로봇 의수 제작 스타트업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44)는 사업으로 돈을 벌었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센서를 통해 손동작이 가능한 로봇 의수를 개발·제작하는 만드로의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출발점은 3D 프린터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고등학생의 사연이었다. 사고로 두 손을 잃었지만, 로봇 의수가 너무 비싸 엄두조차 낼 수 없다는 글이었다.

“재능 기부라고 생각하고 겁 없이 뛰어들었죠.”
대기업에 다니며 3D 프린팅을 취미로 하던 이 대표는 작업 시작 한 달 만에 첫 로봇 의수를 만들었다. 완성도는 낮았지만 가능성은 분명했다. 당시 해외 기업의 로봇 의수는 한쪽당 가격이 4000만원 정도이고, 사용 기한은 5년 남짓이었다. 양쪽을 동시에 착용하려면 5년에 8000만원이 든다는 얘기다.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국내 상지 절단 장애인이 약 15만 명에 이른다는 점도 도전의 배경이 됐다. 목표는 분명했다. “스마트폰 가격인 100만원 선에서 로봇 의수를 만들자.” 고가 기술을 일상 가격으로 낮추려는 이 대표의 실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센서와 모터, 배터리까지 대부분의 부품을 직접 만들었다. 수차례 프로토타입을 거쳐 1년 6개월 만에 처음 세웠던 목표를 달성했다. 100만 원대 로봇 의수 '마크6'였다. 기술로 풀리지 않는 문제는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이 대표가 또렷이 기억하는 이름이 있다. 고우현. 뮤지션을 꿈꾸던 고등학생이었다. 지금은 25세 청년이다. 선천적 장애로 오른손 없이 태어난 그는 2016년 봄 이 대표에게 “기타를 칠 수 있는 의수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는 메일을 보냈다.

“처음엔 피아노를 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쪽 손이 없어 시작도 할 수 없었어요”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 씨가 말했다.
"피아노 대신 방 한구석에 있던 기타를 집어 들었지만 오래 연주할 수가 없었어요"
"살에 피크를 끼고 연주하면 금세 통증이 왔어요."
"임시로 만든 장치는 오래 버티질 못해 이대로는 음악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메일을 확인한 이 대표는 기타 연주를 할 수 있는 의수 제작에 들어갔다. 소리, 손목 각도, 힘의 분산, 줄과 맞닿는 감각까지 하나씩 다시 설계했다. 9년 동안 10여 차례 보완 끝에 지금 사용하는 기타 의수를 완성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고 씨는 음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현재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서 꿈을 이어가고 있다.

“의수를 쓰고 나서 연주하다 막히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어요.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죠.”
우현군은 이 대표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회사 대표면 비용이나 효율을 먼저 생각할 법한데, 대표님은 항상 사람부터 봐요. 바쁘실 텐데 직접 만나주시고, 새 의수가 나오면 회사로 불러 착용해 보라고 하고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고쳐 주시거든요.”

만드로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박람회인 ‘CES 2026’에 참가한다. 손목형 전자의수 ‘마크 7X’로 혁신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손목의 굽힘과 반동을 구현한 이 모델은 기존 의수의 해부학적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FDA 의료기기 인증도 최근 마쳤다.


이상호 대표의 책상 위에는 지금도 수많은 로봇 의수와 부품이 놓여 있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코딩을 연구하고, 디자인을 고민하며 사용자들과 소통한다. 돈보다 사람을 위한 기술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우리의 미션은 남들이 안하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남들이 안하는데 이유가 있겠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