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겨냥 '공공분양' 늘렸더니…저소득층 위한 '공공임대' 줄어

2025-08-14

[비즈한국] 이재명 정부가 노후 청사와 도심 유휴 국유지를 활용해 청년·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3만 5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최근 공공주택 공급 축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던 청년과 서민층의 설움이 풀릴지 주목된다. 최근 10년 사이 주거정책은 자금이 부족한 청년이나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줄어들고, 중산층을 겨냥한 공공분양은 늘어나는 방향으로 주거안정과 엇나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공공주택을 짓는 것보다 기존 주택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사서 임대를 주는 방식이 늘어나면서 주택 공급 자체가 줄어 청년·서민층의 주거난이 심해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이재명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공공주택 주택 정책이 청년·서민층 주거 문제 해결 방안이 될지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7차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노후 청·관사와 유휴 국유지를 활용해 청년·서민에게 3만 5000가구 이상 공공주택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2만 가구는 청년임대 등 공공주택 물량이다. 정부는 또 도심 노후 공공청사와 역세권 유휴부지 등을 추가로 발굴해 신규 공공주택 1만 5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7월 10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첫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지분적립식과 이익공유형 등을 활용한 공공분양 주택 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분적립식은 청약 당첨 시 주택 지분의 10~25%만 부담하고, 나머지 지분은 최대 30년에 걸쳐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익공유형은 청약 당첨자가 분양가 일부만 내고 입주하고, 5년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운 뒤엔 환매할 수 있는 제도다. 두 모델 모두 고분양가 시대에 주택 구입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지분적립식·이익공유형 공공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은 것은 최근 공공주택 정책이 임대보다 분양 중심으로 이뤄지며 불거진 문제점을 바로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임대의 경우 시세 대비 저렴한 수준이어서 청년·신혼부부·저소득층 주거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공공분양은 분양가 등의 문제로 인해 사실상 중산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다. 또 국민임대·공공임대와 달리 공공분양은 결국 주택이 개인 소유가 되기 때문에, 정부가 서민 주거 지원이 아닌 개인의 내 집 마련 투자를 지원하게 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주택건설 인허가실적을 살펴보면, 2014년 공공부문 인허가실적 6만 3320호 중 국민임대와 공공임대는 90.7%에 달하는 5만 7431호였던 반면, 공공분양은 9.3%인 5892호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8년에는 공공부문 인허가실적은 8만 1082채로, 그 중 국민임대·공공임대는 87.0%인 6만 3274호로 줄었고, 공공분양은 22.0%인 1만 7808호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흐름이 더 심해져 공공부문 인허가실적(12만 9047호) 중 국민임대·공공임대는 6만 3032호(48.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인허가실적이 2018년에 2만 3946호였으나 지난해에는 291호까지 급감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공공분양의 경우 비율이 51.2%에 달하는 6만 6015호나 되면서 국민임대·공공임대를 앞질렀다. 자금이 부족해 임대 주택이 필요한 청년이나 서민층이 아닌 어느 정도 자금을 가지고 있어 분양을 노리는 중산층 위주로 공공주택 공급이 진행되어 온 것이다.

여기에 공공주택 건설 공급보다 기존 주택 매입 임대 방식이 늘면서 공공주택 정책이 청년이나 서민층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기존주택 매입임대는 전체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주택으로 돌려막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결국에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전체적인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청년들과 서민층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택도시기금 지출액 현황을 보면 국민임대·공공임대 건설에 투입된 비용은 2020년에 2조 1609억 원이었으나 2024년에는 1조 4223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반해 주택매입 임대에 투입된 비용은 같은 기간 2조4026억 원에서 4조 3712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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